[예화]남강(南岡) 이승훈 선생님 영(靈) 앞에

김형석 (2007-02-01 18:16)

기장 구역공과 제5과의 예화입니다. ==================================================== “남강(南岡) 이승훈 선생님 영(靈) 앞에” 오산학교 초창기에는 모든 것이 다 부족하였으나 그저 열심 하나로 다 꾸려갔는데 뒷간이 아주 허술했습니다. 추운 겨울날이면 쌓이는 똥이 얼어 산봉우리 같이 자라 올랐습니다. 나중에는 앉는 사람의 엉덩이를 찌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변소 사용은 다하면서도 그것을 치우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 선생님이 그것을 보다 못해 손수 도끼를 들고 뒷간 밑으로 들어가 그 ‘황금산’을 까내시는데, 그러노라면 이따금 튀어 오르는 그 금 부스러기가 입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그저 천연덕스럽게 ‘퉤’해서 밷어 버리시고는 또 도끼질을 계속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세월이 아무리 많이 간다한들 그 광경을 제가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또 언젠가는 학생들 앞에서 3·1운동을 일으키시고 감옥에 가셨던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감방 안의 변기를 손수 닦으셨더니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선생님이 그것을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어쩌구 하더니 나중에는 그 일은 선생님이 하시는 것이겠거니 하고 내맡겨 두더라는 이야기,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날마다 손으로 그 변기를 닦으시면서 “하나님, 이후에 풀려나가서도 일생을 두고 이 민족의 똥통이나 닦을 수 있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하고 기도하셨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보새』중에서, 『함석헌 수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