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무간(天人無間)~장로회부부야유회에서

이순락 (2011-06-17 11:30)

천인무간(天人無間)이라는 말은 “하늘과 인간은 서로 다름이 아니고 본래 사이가 연결된 하나다.”라는 뜻으로 고려삼은(高麗三隱) 중의 한 사람인 목은 이색 선생이 펼친 성리학적 개념의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론’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6월 11일 경북장로회 연합회(회장 송 정헌 장로, 포항성동교회)가 주관한 장로부부단합야유회 때 영덕일원을 관광하던 중 관람했던 목은 선생 기념관에서 읽은 내용 중의 일부이다.   선생의 기념관은 선생이 태어난 고향 경북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뒷 산록에 자리 잡아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분의 지고한 학문적 깊이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고함’ 그 자체였었다.   일생동안 6,000여 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방대한 시문(詩文)을 남기셨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가 겸허한 자세로 무릎을 꿇듯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충격적인 사실은 다름 아닌 이 땅에 예수님의 이름이 전파되기 전 고려 말이라는 시대에, 비록 ‘성리학’이라는 학문으로의 접근이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설파했었다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분은 한 때 불교에도 심취했지만 불교의 비종교적, 퇴행적 행태에 실망한 나머지 성리학으로 방향선회를 하여 이른 바 ‘천인무간’이라는 지론을 펼쳤던 것이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하나님께서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에 이런 위대한 학자를 통하여 미리 일종의 정지작업(?)을 하셨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성경말씀에 의하면 창세기 1장 26절에서 27절의 말씀에서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고 말씀하신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한편 선생이 설파하신 ‘하늘과 인간은 서로 다름이 아니고~’와 같은 맥락으로서 하나님과 인간을 동일한 인격체로 보았다고 한다면 결코 필자의 궤변은 아니리라.   무엇보다 하나님으로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예수님을 보노라면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분의 사상과 철학은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그러다 보니 고려 말의 충신으로서 ‘충신은 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라는 절개를 지켜, 끝내 이 성계의 이씨 조선에 합류하지 않았던 것이다.   잠언말씀에 의하면 ‘여호와와 왕을 경외하고 반역자로 더불어 사귀지 말라’(잠언 24 : 21)고 하셨고, 또한 로마서 13장 1절~2절에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신 바 되었기에 권세를 거스리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함’을 고려 말 3은의 충신이 지켰던 덕목이었으리라.   그분의 문하에는 점필재 김 종직 등 고고한 절개를 지킨 대학자도 배출하였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고려 말 3은(三隱) 중의 다른 한 분은 너무도 유명한 포은 정 몽주 선생이시며, 또 한 분은 구미(고아)가 고향인 야은 길 재 선생이 아닌가. 그런데 오늘 이 시대의 우리는 어떤가?   그 옛날 학문이 지고한 분들의 시류에 야합하지 않는 절개는 진실로 이 시대에 찾기 힘든 현실인 것이다.   고고한 지조와 절개를 지킨 선조들의 얼을 간직한, 선비정신의 기백을 이어받은 우리나라가 아닌, 물 건너 미국에는 정권에 겁 없이 도전하는 학자가 있으니 과연 대국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로 유명한 노옴 촘스키(Avram Noam Chomsky)가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요, 정치운동가(아나키스트)로서 전 세계 지식인들로부터 존경과 칭송을 한 몸에 받고 있지 않는가.   특히 그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알카에다 총수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난 뒤 축배를 들며 환호하고 있을 때, “이라크 특공부대가 부시를 암살했다면?”식의 재를 뿌리는 말을 함으로써 미국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사실은 메스 콤을 통하여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미국의 양심’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촘스키나 위에서 언급한 목은 선생을 비롯한 고려 말의 3은(三隱)은 우리들에게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말 것을, 더구나 믿는 자의 자세로서 하나님의 온전한 뜻이 무엇인지 깨달아 이웃에 사랑을 베풀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면 필자만의 지나친 비약일까?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잠언 1 : 7)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며, 장로부부야유회 후감을 뜻 깊게 회고 하고 있다. 2011.6.17 이 순락(srlee1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