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초순에’

박정철 (2015-10-03 10:19)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 18:1)   금요일 새벽에 교회당을 향해 가는데 날씨가 차다. ‘설마 눈은 안 왔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을 찬바람이 불어올 때면 옷깃을 타고 어느 새 한 해를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함께 불어 닥치는 것 같다. 계획하고 기도했던 것들이 기대만큼이나 채워졌는지를 돌아보면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의기소침해지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면서 위축되어지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이제 어쩌나?’ ‘이렇게 끝나나?’ 싶은 것이 더 이상 뭘 기도해야 하고, 뭘 기대해야 될지를 몰라 이럴 때는 로뎀나무 아래에서 철퍼덕 앉아 있었을 엘리야의 심정이 되어보기도 한다. 어미 소가 좋은 꼴을 먹어야 새끼에게 먹일 젖이 나올 것인데, 벌써 금요일 오후라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면 말씀 준비에 차질이 생길 것인데. 어디에서 힘을 가져가야 할지 말씀들을 뒤척이게 된다.   ‘그래, 바쁠수록 돌아가랬지.’ 그 마음으로 바닷가를 향한다. 늘 푸른 소나무를 지나 늘 푸른 바다 앞에 섰다. 참으로 푸르고 푸르다. 저들 역시 10월의 때를 보내고 있을 것이지만 급한 것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변함없는 그 모습들로 그 자리를 굳게 지켜가고 있는 위대한 스승들 앞에서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으로 하늘의 별을 바라보게 하신 모양이다. 해변의 모래를 언급해 주시면서 늘 같은 자리에서 늘 같은 모습으로 버텨가고 있는 저들을 통해서 배워가게 하신 것이겠지. “내가 네 씨로 말미암아 아들을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온전히 믿지 못해 세월이 흐를수록 기다림을 이겨내지 못한 체 불안하고 답답하고 서운했을 아브라함을 찾아가 만나주심으로 믿음의 조상으로서 굳게 세워주시고자 하신 것이겠다.   언제나 바다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푸르름이 넘쳐나는 바다다. 그래 언제나 하나님이시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나의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께서 나의 힘이 되신다. 다윗이 이 마음이었을까.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오 나의 요새시오 나를 건지시는 이시오 나의 하나님이시오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오 나의 방패시오 나의 구원의 뿔이시오 나의 산성이시로다.’(시 18:1,2) 아멘.   아직까지도 여전히 많은 것들이 부족하고 서툴고 미흡하지만 그래도 씨를 뿌리면 거두게 해 주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믿음으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시월에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멀리 보고 넓게 봄으로 굳센 믿음을 온전히 지켜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