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곧 시아버지가 되겠지요.’

박정철 (2015-09-26 11:52)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4,15)   추석 명절 기간이다. 온 가족들이 함께 모인다. 그간 뭘 그렇게도 바쁘게들 살았는지 이런 때가 아니면 다같이 얼굴보기도 힘이 든다. 전화라도 서로 자주 못하고, 작은 것 하나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괜히 미안해진다. 빠듯한 살림살이만큼이나 빠듯한 마음살이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피를 나눈 한 형제들에게도 이럴 것이면 다른 이들에게는 어땠을지 그저 하나님께 죄스러울 뿐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우리네 삶들이 메말라가고 삭막해지는 것 같다. 이 지구가 사막화가 가속화됨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심령과 살도 사막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마지막 때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나만을 위한 삶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우선이고 전부여야 하다 보니 다른 이들을 살피고 돌아보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부족했을 것이고, 섬기기보다는 섬김을 받으려는 군림의 자세였을 것이니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숨을 쉬기조차 버거운 것이겠다.   각 마을의 어귀마다 플래카드가 몇 장씩이나 걸려있다.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를 잘 보내십시오’라는 것이다. 그래, 누군들 이 한가위를 풍성하고 즐겁게 보내고 싶지 않는 이들이 어디 있으랴. 그렇지만 우리네 삶에서 이런 때일수록 더 아프고 괴로울 것은 안으로만 좁아터진 우리네 마음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늘의 보름달은 예나지나 같을진대 우리네 마음은 컴컴한 그믐날이지 않을까 싶다.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 못 받은 것에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아야겠다.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복이 있다 했으니, 복된 자로서 나누고 베풂으로서 풍성해질 수 있어야겠다. 지금까지 받은 은혜만으로도 이 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이미 넉넉하다.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얼마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살은 찌고, 얼마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이는 훌쩍 들어 있다. 나도 이제 몇 년 안 있으면 시아버지가 되겠지. 생각만 해도 실실 웃음이 나온다. 얼마 살지도 않는 것 같은데 벌써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우리 집 며느리는 욕심이 없는 며느리가 들어왔으면 한다. 하나님을 잘 믿는 며느리로 시어른들을 먼저 생각할 줄 알고, 형제를 챙겨갈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좋은 시어바지가 되도록 애써가야 하는 것이겠지. 모든 날들이 한가위 명절처럼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나누고 베푸는 훈련들을 게을리 해 가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