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과 깊음’

박정철 (2015-10-10 17:41)

‘약한 자들에게는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코자 함이니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여하고자 함이라’(고전 9:22-23)   바다를 볼 때마다 감사한 것은 생각의 매개체가 된다는 것이다. 생각의 착상을 가져다주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감사다.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목회자에게 있어서 바다가 생각의 매개체로서 넓고 깊게 자리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농부의 마음과 아비의 마음 못지않게 바다의 마음을 품어 생각과 삶을 펼쳐나가게 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이 가을 하늘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깊은 바다에서 생각이 하나 건져진다. 전임지에서 당시 어느 집사님이 성탄절을 맞아 카드에 정성스러운 손 글씨로 귀한 글귀를 써서 보내주신 적이 있다. 그 카드에는 일생을 살면서 기억될만한 글귀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 큼을 이룰 수 있었고, 황하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음을 이룰 수 있었다. 박목사님도 이처럼 큼과 깊음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그 카드를 받아들고는 참으로 흥분했었다. 그 글귀처럼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임이라 다짐도 했었다.   ‘또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막 9:42)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 10:42)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장인어른께서 한때 다니던 교회에서 좀 섭섭한 게 있으셨던 모양이다. 예배가 끝난 후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에 담임목사님께서 늙은 자신에게는 건성으로 지나쳐버렸다는 것이다. 그게 못내 서운했던 모양인데, 두고두고 그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 혹 누가 나로 인해서 그런 서운함을 토로할지 누가 알겠는가.’ ‘센 머리 앞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는 나로 인해서 못내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을 이들이 있지는 않겠는가.’   한 심령이라도 나로 서운할 것이면 하나님께서도 나로 서운할 것이고, 한 심령이 나로 기쁠 것이면 하나님께서도 나로 기쁘실 것인데, 내가 사람을 구분하면 하나님께서도 나를 구분시켜 버리시겠지. 얼마만큼이나 쌓아야 태산의 큼을 이룰 수 있을까. 얼마만큼이어야 황하의 깊음을 이룰 수 있을까.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나로 태산이 되고 황하가 될 수 있을지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내주시고 만나가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