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괜히 잘해 주고 싶네.”

박정철 (2015-09-19 09:06)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골 3:23,24)     가을비가 잦다. 지난 목요일, 하루 온 종일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가 괜한 상념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날씨는 흐려도 마음만은 흐려지지 말아야겠다.’   찾아 온 바닷가에는 바람을 거슬러 갈매기 한 마리가 참 잘도 나른다. ‘너도 한 번 날아보라’는 것처럼 그 여유로움이 좋아 보인다. 그렇잖아도 바람을 거슬러, 세월과 시대를 거슬러 멋있게 한 번 날아 보고픈 마음은 언제나 내 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그래,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가끔씩 내게 묻는다. “어떤 마음이냐?”고 말이다. 수북이 쌓여 있는 설교문들 위로 또 한 편의 설교문을 얹어놓으며 묻는다. “너는 오늘 어떤 마음이냐?” 새벽, 열대야와 함께 보낸 그 새벽에 강대상을 오르면서 묻는다. “너는 때워 가느냐. 아니면 채워 가느냐?” 언제나 그 질문들 앞에서 순간순간 난 어떤 대답들을 내놓고 있는가.   예전에 한 번은 어느 목사님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 교회는 내게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왜냐면 내 인생의 최고 황금기를 바로 여기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를 내가 다른 곳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렇게 바꿔본다. “저는 이 교회에 정말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제 인생의 소중한 때를 바로 이곳에서 보낼 수 있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래, 모든 것들이 전부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풀어보고자 바닷가에 잠시 다녀올 생각에 아내에게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주방에서 먹을 것을 좀 갖다 달란다. 그래서 그 먹을 것과 함께 우유까지 한 잔 곁들여서 건네주니 꽤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더 얹어준다. “요새 괜히 잘해주고 싶네.”   이제야 철이 좀 드는 건가? 나 같이 부족한 사람하고 살아주는 아내가 고맙게 여겨지는 모양이다. 벌써 남성 호르몬이 줄어든 것은 아닐 테고 말이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 어떤 한 사람에게도 괜히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충만했으면 좋겠다. 나로 이곳에서 살게 해 주는 모든 이들에게 괜히 잘해주고 싶은 마음들이었으면 한다. 바람과 시대를 거슬러 갈매기처럼 자유롭고 여유롭게 날아 보고픈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