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박정철 (2015-08-22 08:20)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시 19:1-4a)   저녁 무렵, 바람이 선선해지는 것이 바닷가에 가면 뭐 하나 건질 것이 있겠다 싶어서 나갔더니 선선하다 못해 춥다. 그간 바닷가에 찾아들었던 수많은 피서객들이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손에 꼽힐 정도 밖에는 보이지를 않는데, 이제 떠나간 그 자리에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었던 갈매기들이 날아와 앉아 있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조금 있으니 한 쌍의 연인이 서로 정답다. 예쁘게 차려 입은 처녀와 잔뜩 신이 나 있는 총각이 뭐가 그리 재미난 지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뭍과 바다의 경계선에 서서는 출렁거리며 밀려드는 파도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한껏 들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한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경계선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뭍과 바다의 경계선처럼 만남과 이별의 경계선에서, 기쁨과 슬픔의 경계선에서, 성경의 어리석은 부자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이생과 내생의 경계선에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발을 어디로 내딛느냐에 따라 뭍일 수도 있고 바다일 수도 있을 것인데, 지금은 한껏 좋아서 죽고 못 사는 연인들이겠지만 앞으로 언제 어떻게 될는지, 이별의 슬픔을 가득 안고는 오늘 그 자리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옛 기억 속에 잠겨 고통을 맞을지 모를 일인 것이다.   아침 안개와 같은 내일 일을 알 수 없고 한 치 앞에 모르는 인생이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내딛는 한 발자국은 참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 줄로 알거든 넘어질까 조심스러우니 우쭐거리거나 비굴해지지 말아야겠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풍부에 처할 줄도 알고 비천에 처할 줄도 알았던 사도 바울처럼 자족하는 능력을 계속해서 길러갔으면 좋겠고, 그리 되거나 아니면 그리 아니 될지라도 다니엘의 세 친구들처럼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되도록 나름 애써가야겠다.   파도에 바닷물이 하얗게 부서진다. 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소리를 높이고서는 좀처럼 낮추지를 않는다. 갈매기는 그 경계선들을 넘어 자유로이 비상하고 있다. 사도 바울의 고백이 머릿속으로 날아든다.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있는 그것이라 그런즉 우리는 몸으로 있든지 떠나든지 주를 기쁘시게 하는 자가 되기를 힘쓰노라.”(고후 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