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은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 성령이 그 위에 계시더라’(눅 2:25)
아내가 전기밥솥을 누른다. 배꼽시계가 정확하니 저녁밥이 기다려진다. 오래전 저녁 어스름이 짙어지던 시골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때가 생각이 난다.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면은…’ 노래를 부르면서 엄마를 기다렸었다.
얼마나 많이 불렀을까? 얼마나 애처로웠을까? 농사일에 하루 종일 힘들었을 다리였을 것인데, 한달음에 달려오시는 엄마를 두고는 괜한 투정을 부렸다. “왜, 이제 와.” “밥 언제 먹을 거야.” 그때부터 그리움이 짙어졌을까. 지금에까지 그 기억이 도드라지는 것을 보니 아마 그때부터 그리움과 기다림이 내게 깊이 자리 잡았을 성 싶다.
추운 겨울날씨다. 좀 풀리나 싶더니 아침부터 스산한 바람이 멈추지를 않는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셔보지만 아껴두었던 마지막 한 모금은 차기만 하다.
연말을 맞아도 뉴스거리는 여전히 만원이다. 갑의 횡포질은 끊이지 않고, 정치권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찌지고 볶느라 여념이 없더니 얼마 전부터는 토막살인 사건으로 민심까지 흉흉해진다.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이 시대가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암담하기만 한데, 그럼에도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그냥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2천여 전의 이스라엘 상황도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로마의 식민지 압제에서 허덕여야만 했을 민초들의 고달픈 삶은 눈물과 상처투성이였을 것이고, 그런 백성들을 위로해야 할 종교지도자들은 자기들끼리 나뉘어서는 이권과 실권을 두고 물어뜯고 싸웠을 것이고, 교권주의의 무서운 병폐에 빠져 서로들 비난하고 정죄하기에 바빴을 것이니 나라꼴이 제대로였을 리 없겠다.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적막감에 절망으로 죽지 못해 살았을 것인데, 밤이 깊을수록 별이 더 빛난다고 했던가. 소돔과 고모라 땅에서 의인 10명을 찾으셨던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의롭고 경건하여 성령과 함께 이스라엘의 위로이신 주님을 기다리며 살아가던 시므온을 우리에게 소개시켜주고 있다. 막장 드라마 같은 이 세상에서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계신다.
박정철 (2014-12-12 2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