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수술을 하고서 Ⅱ’

박정철 (2014-11-08 20:42)

‘엘리야가 그 곳 굴에 들어가 거기서 머물더니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아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왕상 19:9)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시더니’(왕상 19:11a)   목 수술을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생각이 있다. ‘아프니까’ ‘아프니까 그렇지’라는 따위다. 여전히 침을 삼키는 것조차 고통이 가해지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프다는 이유로 나약해지고 무기력해진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같잖은 것 같다. 아프다고 생각하니 더 아픈 것 같고, 힘들다고 생각하니 더 힘든 것 같고, 피곤하다고 생각하니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아 이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눌려 있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큰마음을 먹고 이 노트 앞에 서게 된다.   말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새삼 더 깨닫게 된다. 몇 날 며칠이고 입을 다물고 있자니 답답하다. 설교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내나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진탕 해대고 싶은데, 말을 할 수 없으니 사는데 힘이 붙지 않는 것 같아 더 고달픈 나날들이다. 여하튼 이리저리 채이고 밟힌 채 지내고 있는 하루하루의 삶들을 정리하게 하시고 내일에 대한 새로운 소망을 허락하시려는 하나님께 미리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다.   우리 인생들은 자신의 여의치 못한 상황을 핑계로 숨어들고자 할 때가 많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을 핑계 삼아 그 뒤에 숨어든다. 실패한 사람들은 그 실패를 이유로 그 뒤에 숨어서는 무기력한 삶에 젖어있다. 원래 자신들의 삶은 그렇게 살도록 운명되어진 것처럼 그 속에 숨어들어서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컴컴한 동굴 속에서 자기 합리화의 무덤을 얼마나 크게 쌓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말씀하신다. 동굴 속에 숨어들었던 엘리야를 향해서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하시며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신다. “더 이상 핑계의 동굴 속에 숨어서 나약하게 머물러 있지 말고 여호와 앞에서 산에 의연히 서서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라.”는 것이다.   이유와 핑계와 변명이 많은 우리네 삶이다. 거기에 매여서는 한 발자국도 내디딜 생각조차 저당 잡힌 채 살아갈 때가 많은 우리네 모습들이다. 오늘 하나님께서는 목 수술을 하고는 동굴 속에 숨어든 나를 향해서 말씀하신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