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수술을 하고서’

박정철 (2014-11-01 12:04)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1,2)   성대 부분에 난 난종과 함께 부풀어 오른 림프도 몇 군데 있어서 지난 수요일 아침에 제거 수술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약 먹는 것과 주사 맞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나로서는 환자복을 처음으로 입고 누웠으니,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그 두려움이 멀리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을 터.   그래도 성도들의 기도 후원과 함께 수술 당일 새벽에 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사 41:10a). 수술대 위에 누워 마취하기 전에는 시편 23편의 말씀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때 드는 생각이 있다. ‘만약 내가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이 시간에 어떤 모습으로 있었을까.’ ‘오늘 내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온전히 지켜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전신마취를 하느라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싶었는데, 깨어보니 벌써 수술이 다 끝나 있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죽음 훈련을 시키시는 듯했다. 깨어보니 이미 다 끝나 있었던 수술처럼 죽었다 깨어보니 하나님께서 이미 죄와 사망의 문제를 해결해 놓으시고 천국으로 들여 놓으실 것이라 생각하니 이것보다 더 큰 은혜가 있을 수 있겠나 싶은 것이 감사요 기쁨이요 찬양이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요 14:1,2a)   수술실 문을 열고 나가니 아내와 최현주 집사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이 세상을 일찍 떠난 사랑하는 성도들 나를 맞을 준비하고 있겠네󰁕’   지금 침을 삼키는 것도 힘이 든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오만가지 인상을 다 찌푸려야 한다. 약 기운에 취해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은 삐질삐질 흐른다. 첫날, 이튿날은 앉아 있기조차도 힘이 들더니 이제는 커피도 마시고 싶고 10월의 마지막 밤의 여유도 누리고 싶어진다.   내가 숨 쉴 수 있다는 것, 말할 수 있다는 것, 마시고 먹을 수 있다는 것, 찬양하며 노래할 수 있다는 것, 차 한 잔의 여유를 찾고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인사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일들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위대한 일이라는 것.   2주간 동안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말쟁이라 그런지 입이 근질근질해서 어떻게 참고 견딜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