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아!!”

박정철 (2014-10-25 12:18)

‘예수께서 그곳에 이르사 쳐다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영접하거늘’(눅 19:5,6)   지난주 수요예배에 중학교 3학년인 유정이가 참석을 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예배를 마치고 “유정아!!” 하고 불러 주었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자기를 좀 잘 봐 달라는 듯 내 앞에 선다. 요새는 ‘중 2병’에서 완쾌되고 나서는 얼마나 쾌활해졌는지 모른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화답해 주는 유정이로 인해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우리 교회학교 학생들을 만난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목사님, 잘 생기셨어요.” “목사님, 너무 멋져요.” 농담 삼아 던지는 말들도 진담으로 들으며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이렇게 누군가를 불러주고, 누군가에게 불리면서 그 시간들을 웃음으로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감사가 아닐 수 없다.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할 때면 80이 넘으신 김진예 권사님이 내 손을 잡으면서 “목사님~” 하신다. 그게 듣기 좋아서 나도 권사님처럼 똑같이 “권사님~” 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   한번은 설교를 죽 쓴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성도들의 얼굴도 감히 쳐다보지 못하는 심정으로 겨우겨우 인사하고 있었는데, 김권사님께서 여느 때와 똑같이 “목사님~” 하시고는 인사를 건네는데 그게 얼마나 고맙든지.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이 어느 정도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다. 나도 그래야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그냥 이름 한 번 정답게 불러주는 것만으로 족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 있던 세리장 삭개오를 예수님께서 부르셨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그 부르심에 삭개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송구스러움, 놀라움, 한없는 즐거움과 자유가 뒤범벅되어 흥분하지 않았을까. 잘못 살아온 인생으로 인해서 감히 예수님을 쳐다볼 수 없었을 그의 이름이 불렸을 때 그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 그 한 번의 부르심으로 그 심령의 주인이 뒤바뀌는 혁명이 일어났을 정도이니 말이다.   10월 하순, 깊어지는 가을에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싯귀처럼 ‘그 사람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며 살아간다면 이 가을처럼 맑고 푸르고 깨끗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