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 15:2-14)
52주째다.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가 또 이렇게 정리가 된다. 흐르는 세월은 감히 막아설 수가 없다. 이번에는 정말이지 쉽게 보내지 않으리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었는데 각오와 다짐만으로는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으로 돌아오는 것인데, 이 마지막 시점에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아쉬움보다 지나온 한 해를 더 잘 살지를 못한 안타까움이 더 큰 것 같아 괜히 내 자신에게 부끄럽고 모두들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 준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는 꼭 하고 가야할 것 같다. “정말 감사합니다.” “1년 동안 정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모두들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나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을 다해 살아주신 것들로 인해 감사할 따름이다.
며칠 전 성탄절 이브 행사 때에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내 자식이 귀하고 사랑스럽듯 그 누군들 그럴 것인데, 그 마음으로 봐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툴고 모자라는 것 투성이지만 함께 함으로 웃어주고 울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채워지고 넘치게 될 것이니, 천국의 지점으로서 과연 하늘 아버지께서도 크게 기뻐하시겠다.
하루의 해가 진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찾아든다. 저녁 어스름, 가난한 시인의 재산이라더니 생각이 넘쳐남으로 갑자기 큰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아이놈들은 자기들의 꿈을 향해 열심히들 뛰어다니고들 있다.
이렇게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맛보면서 살아가고 있으리라.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면서 부대끼며 그 삶을 요리해가고 있으리라. 학창 시절 집에 가는 길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된장국 냄새가 나는 듯 하다.
하루의 해가 진다. 일 년의 해가 진다. 그러다 인생의 해가 지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 그때에도 저녁 어스름 때가 되어서 큰 부자로 주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처소로 들어갔으면 정말이지 좋겠다.
박정철 (2014-12-26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