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까마귀 수까마귀.

백낙원 (2007-04-15 17:08)

* 암까마귀 수까마귀.                                      황우 목사 백낙원. (옛 노트를 뒤지다가 오래 전에 써둔 이 글을 발견하였다. 자구를 수정하여 올려본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얼마 전 전국규모의 교역자 수련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초교파적으로 약1300여명의 목회자들이 모여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은혜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많은 목회자들이 은혜를 갈망하고, 1200만이나 되는 성도들이 존재하는데도 여전히 사회는 죄와 악으로 넘쳐나고 있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무엇을 위한 은혜이며 무엇을 위한 축복인가고 자문해 보았다. 그 가장 중심 위치에 있는 목회자들이 온통 희색의 통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꼴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게도 많은 설교집과 그렇게도 많은 주석들, 그렇게도 많은 간증 테이프와 신앙지침서들이 범람하는데, 여전히 교회는 혼란스럽고 방향감각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채로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옛 말에 암까마귀 수까마귀라는 말이 있다. 어느 것이 참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말 인듯한데 바로 오늘의 교회가 그렇다고 보여 진다. 말씀의 사자, 불의 사자, 능력의 종, 신유의 종들이 온통 신문 지상을 덮고 있는데, 그렇게도 내로라하는 무슨 회장, 단장, 감투 쓴 분들은 많은데, 장로 집사 권사들이 부지기수인데, 어찌하여 악은 날마다 성하고 부패가 심화되고 있으며 혼란스러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윤리 도덕적으로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이 도시의 큰 교회를 시무하거나 부흥강사가 되어 고급승용차에다가 별에 별 호사를 누리는가하면, 진솔하게 살려고 몸부림치며 땀 흘리는 목회자는 교회당에 비가 새고, 생활비를 걱정해야하며, 동역 자들에게까지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대우 받고,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사람을 보면 과연 암까마귀와 수까마귀가 누구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하기야 이제 교회들이 기업화되어가고 목회자는 사장 내지는 회장이 되어 갈 뿐만 아니라, 대물림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는 속어와 같이 출세 못한 사람, 성공 못한 낙오자의 항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리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년 봉만 수 천만 원, 아니 억대를 헤아리는 강사가 황금만능 망국론을 부르짖고, 수 백 평도 더되는 교회당 가지고 동양최고, 세계 최고 교회를 자랑하는 강사가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교회당 하나 짖지 않으셨다”고 강변하고, 외제 승용차에 기사까지 둔 목사가 “목사는 고생을 해봐야 은혜로워 진다”고 역설하는가 하면, 스캔들로 세상을 놀라게 한 강사가 신앙윤리를 말하는 이 현실, 어딘가 삐뚤어져도 한참 삐뚤어져 보이기도 하고, 아니 내가 삐뚤어 진 것이 아닌지 너무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은혜와 축복 그리고 능력은 왜 받아야 하는 것이며, 어디다가 쓰려고 받으려고 하며,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1561~1626)은 “번영은 구약성서의 축복이고 역경은 신약성서의 축복이라”고 했으며, 예수님도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은 많으나 이 역사의 현장에서 그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은 없으며, 십자가를 귀에 걸고는 있어도 머리에는 없으며, 십자가를 목에는 걸었어도 성도의 가슴에는 없으며, 종탑에는 매달려 있어도 교회 속에는 없는 이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암까마귀 수까마귀를 분간하기 힘든 이 희색의 역사 속에 언젠가는 우리 주님이 오셔서, 분명히 참과 거짓을 밝혀 주실 것을 믿고, 비록 눈앞에 보이는 칭찬과 영광은 없어도 이 걸음으로 저 영원한 나라를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계속 걸어가리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1997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