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설교란 무엇인가?

백낙원 (2009-04-04 20:50)

목사에게 설교란 무엇인가?                                               황우 목사 백낙원. 목사는 일평생 수천 번의 설교를 한다. 1년이 52주인데 주일 대예배 설교, 주일 오후나 밤 설교, 수요일 설교를 합하면 156회인데 40년을 목회 한다고 하면 6000여 번의 설교를 하는 샘이다. 그 뿐이겠는가. 365일 하루도 빼 놓지 않고 하는 새벽기도회 설교, 금요 구역예배나 철야 설교, 그리고 1년에 2회의 대 심방 설교를 비롯한 다양한 심방설교, 그 외에도 장례나 결혼식 설교,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이 설교를 40여년을 했으니 다른 직업이라면 전문가 아니면 달인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은퇴를 한 지금 생각하면 설교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목사가 비전문가들인 일반 교인들, 그것도 신학(神學)의 신(神)자도 모르는 나이 많은 분들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렇게 설교가 어렵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로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고, 대충해서 시간을 때우거나, 아니면 어물정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목회자들마다 설교의 형태가 다르겠지만, 본문설교를 하는 목사, 대지 설교를 하는 목사, 예화를 위주의 설교를 하는 목사, 성경만 들고 나가서 즉흥 설교를 하는 목사 등 여러 종류의 목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보니 어떤 목사의 설교는 신학강의가 되기도 하고, 세상 지식의 전달이나 윤리강의가 되기도 하며, 성경은 읽어놓고 세상의 다른 소리만 하다가 설교를 마치는 목사도 있다. 어떤 목사님은 설교의 초점이 없어지고 수많은 가지만 그리다가 정작 열매를 그리지 못하는 화가와 같은 꼴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처음부터 원고설교를 해 버릇했기 때문에 원고 없이는 강단에 서지 못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설교를 참작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설교를 그대로 강단에 가지고 올라간 적은 없다. 새벽설교 마저도 A4용지에 11호 글자로 한 장쯤 되는 원고를 만들어 설교를 했다. 그 모든 원고가 지금도 내 재산 목록 1호로 모셔져 있다. 대심방도 마찬가지이다. 대 심방 전 주간에는 기도원이나 한적한 곳에 머물면서 기도도 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약 150여 편의 요약설교 원고를 준비 한다. 큰 명함 두 장 정도의 메모지에 말이다. 조금 부족할 때는 심방 중에도 밤마다 원고를 더 작성하여 대 심방을 하곤 했다. 한 번은 심방을 가서 설교를 했는데 그 여 집사님이 오늘 목사님이 오셔서 이런 설교를 했다고 남편에게 이야기 하였는데 남편이 오해를 하여 목사님이 왜 그런 설교를 하느냐고 전화를 해 왔다. 그래서 제가 한 설교의 원고를 가지고 가서 잘 못 들은 것이지 내 설교는 이런 뜻이라고 해명을 하고서야 오해가 풀렸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설교준비는 처음엔 “설교준비”라는 노트를 만들어 놓고 어떤 주제를 설정한 다음에 여러 자료를 수집하여 온전한 한 편의 설교를 만들어 가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컴퓨터를 하고 나서는 역시 “설교준비”라는 항목을 만들어 놓고 같은 방법으로 설교원고를 작성해 나가곤 했다. 그러다가 보니 어떤 설교는 몇 시간이면  설교 전문이 작성되기도 하지만 어떤 설교는 몇 달이 지나도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설교가 완벽하다는 말이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한 내 설교가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잘 못된 상식이나 사려 깊지 못한 설교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님을 깨닫는다. 부도가 난 설교도 있다. 예를 든다면 목회 초기 1960-70년대에 종말 설교를 하면서 2000년쯤이 종말이 아닐까 하는 설교를 했던 기억이 난다. 계시록 강해 설교에 있어서도 말도 안 되는 억지 해석을 하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그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설교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게 있어 한편의 수필이요 시이며, 자기 신앙의 간증이다. 아기를 살리는 어머니의 젖이요, 고뇌와 명상과 연구의 결과이며, 자기의 혼이 담긴 편지이다. 병든 남편을 살리기 위해 밤새워 다리는 아내의 양약이며, 모든 정성과 지식과 영감으로 빚어낸 맛 나는 요리이다. 설교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격의 노출이요 고뇌의 육즙이다. 때로는 스데반과 같이 돌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선포이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한 토혈이다. 그러므로 단편적인 설교만 듣고 저 목회자가 왜 저런 설교를 할까 하고 쉽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자신으로서는 죽을 각오로 하는 하나님의 말씀의 전달이기 때문이다. 요8:32절 말씀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이 있다. 그러므로 진리를 알지 못하고 하는 설교는 기만이요 사기이다. 루터는 소유, 연합, 동거, 합일, 주님을 닮음이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요, 성화의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설교자인 우리는 먼저 주님과 합일, 동거, 주님을 닮음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 설교자는 우선 하늘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땅의 소리를 들은 다음에 그것이 진리요 하나님의 말씀이라 여겨질 때, 누구의 눈치를 살피거나 상황을 보지 말고 전해야 한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하나님께 맡기고 말이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딤후 4:2절)는 말씀처럼 죽든지 살든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최선을 다하여 전하는 것이 설교요 목회자의 사명이라 여긴다.                 (2009년 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