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정락 (2008-05-06 15:03)

아버지                            정  호  승                       눈이 오는 날이면 아버지는 가난하였으므로 행복하였다 빚잔치를 하고 고향을 떠나 숟가락도 하나 없이 식구들을 데리고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만 쳐다보며 내 집 한 칸 없이 살아오신 아버지 눈이 오는 날이면 언제나 가난하였으므로 행복하였다. ------------------------------ 저의 아버지는 가난하였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셨습니다. 가난 때문이었는지 세상이 슬프셨는지 아버지는 늘 언제나 밤 늦게 술에 취해 돌아 오셨습니다. 저는 어릴 적 학교 선생님 사택에서 몇 가정과 함께 살았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짚으로 지붕을 새로 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겨울이 되면 그 지붕에는 하얀 눈이 내려 참 아름다웠습니다. 담벼락에는 고드름이 붙어 고드름을 따 먹고 칼 싸움하며 놀았습니다. 반찬은 별로 없어도 호마이카 사각형 상에 오손도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있게 아침먹고 저녁먹던 기억이 납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저는 너무 잘 삽니다. 저는 없는게 없습니다. 세상에는 없는 것 없이 모든 것이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그런데 또 더 잘 살자니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이름으로 땅 한 평 없지만 부자입니다. 아니 땅 한 평은 없지만 다른 것이  많아서 너무 부자입니다. 세상의 부자가 보면 참 가짢다고 하겠지만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저 보다 잘 사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도 그들은 계속 부자가 되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이 가지고서 더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자연의 생명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은 생각도 않고 돈 버는 일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것만 같습니다. 하나님만이 최고인데도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하셨는데 참 쉽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하나님만 섬기고 산다는 것이. 주절주절 말이 끝이 없네요. 그저 그렇습니다. 작금의 세상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