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남에 비가 내렸다

박정철 (2009-01-31 16:52)

‘만일 그들이 범죄함으로 말미암아 하늘이 닫히고 비가 없어서 주께 벌을 받을 때에 이곳을 향하여 기도하며 주의 이름을 찬양하고 그들의 죄에서 떠나거든 주는 하늘에서 들으사 주의 종들과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사하시고 그들이 마땅히 행할 선한 길을 가르쳐 주시오며 주의 백성에게 기업으로 주신 주의 땅에 비를 내리시옵소서’(왕상 8:35-36)    양남에 이틀에 걸쳐서 비가 내렸다.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간 너무 가물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해가 구름 사이로 비춰서 환한데, 바깥을 둘러보니 한결 싱그럽다. 대지가 춤을 추는 듯 했고, 소나무도 바다도 더 생기가 있어 보였다. 봄을 이야기하기에 아직 너무 이르지만 봄의 기운을 미약하나마 느껴볼 수가 있었다.    그간 경주 덕동호를 지날 때면 긴장감이 많았다. 호수의 물이 계속 줄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양남에서 포항으로 가는 기림사 길로 가다보면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거기는 더했다. 얼마나 물이 많이 줄었는지 그 저수지를 볼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계속되다간 무슨 큰 일이 날 성 싶었다. 물이 말라 버려 곳곳마다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말이다.       .       .       .       사실 어쩌면 물이 줄어들어가고 있는 그 저수지를 보면서 긴장감이 더해지고 두려움마저 들었던 것은 그 모습이 마치 내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 일거다. 성령의 충만함으로 더해지지 못하고 줄어들고 있는 것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얼마나 안타깝게 여겨졌을까? ‘이렇게 가다가는 바닥을 드러내 말라 버리고 말텐데’ ‘내가 충만해져야 그 충만이 넘쳐서 많은 이들로 먹이고 씻기고 살찌울 수 있을 것인데.’    이런 저런 생각에 기도의 부족이 내게 있음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하루의 기도의 양이 채워지지 못하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별 대수롭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내 자신의 메마른 모습을 하나님께서 보게 해 주신 것이다.    아홉 살 먹은 아들놈들은 이틀이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놀지 못한다고 투덜거린다. 그 아이들을 향해 아빠인 내가 한 마디 한다. “비가 안 오면 우리는 못 살아.” “비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