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따로 없네.

백낙원 (2008-06-15 17:27)

신선이 따로 없네.                                                        황우 목사 백낙원. 먹거리 무기화로 위협당하는 터에 노는 땅 빌려 300여 평에 벼를 심었더니 이제는 제법 땅내를 맡아 푸르르 가는데 오늘은 물을 대러 앞산 밑 논으로 갔다. 수로보다 10여m 가 높고 거리도 100여 m나 되지만 농수로 가득히 흐르는 물 모터만 작동하면 벼들이 춤을 춘다. 논두렁도 깎고 작업을 하다가 그늘 밑에 자리하고 땀을 식히니 푸르른 내연산 능선이 한 눈에 들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백학이 난다. 회상에 젖은 내 시야에 40대 농부와 10여세 남짓한 소년이 땀 뻘뻘 흘리며 두레질을 하는 모습 보인다. 가난 때문에 진학 못한 나와 우리 아버님이시다. 한다는 그 장정도 세상 떠난 지 이십여 년이고 그 소년 지금 고희의 노년으로 여기 서 있다. 들판에 가득하던 그 구슬픈 농요는 오간데 없고 경운기, 트랙터들의 쇳소리가 적막을 깬다. 수단방법 다하여 쟁취한 대통령 자리도 미국 소 수입하려다가 바늘방석에 좌불안석이지만 짙은 그늘에서 물 한 모금마시고 하늘 한 번 처다 보니 신선이 따로 없다.       (2008년 누리달 열 닷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