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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험한 역주행

전대환 (2008-12-10 19:18)

위험한 역주행

전대환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구미 안디옥교회 목사)

며칠 전에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가 쓴 글을 읽어보았다. 글쓰기 수업을 위한 ‘상상하여 글쓰기’ 과제라고 했다. 한편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글이라 소개해본다.

“평양에 온 지 거의 한 학기가 지났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만, 우리 대학교와 김일성 종합대학교 사이에 학점 교환제가 실현됨으로써 그 첫번째 대상자로 선정되어 이번 학기를 평양에서 보내게 되었다. / 내가 사는 곳은 북쪽 정부에서 마련해준 대동강변의 소박한 아파트다. 강 건너편에 주체사상탑이 보이고, 저 멀리 5·1 경기장도 보인다. 처음 평양에 왔을 때, 하늘이 참 맑다고 느꼈는데, 지금도 눈이 시리도록 하늘이 푸르다. / 어찌 보면 모험이었다. 요즘처럼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절에, 여기서 보낸 한 학기가 내 일생에 보탬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남쪽의 경쟁자들을 따라잡는 일은 우리 학교로 돌아가서 생각하자.”

딸이 쓴 ‘상상하여 글쓰기’

현실기록이 아니고 말 그대로 ‘상상한’ 글이다. 한해 전 분위기만 하더라도 얼마든지 현실화가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사치스런 ‘상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 대학생들이 북쪽에 가고, 북쪽 대학생들이 남쪽에 와서 공부하며 각기 다른 경험을 하고 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은 물론, 학문 발전을 위해서도 얼마나 보탬이 되겠는가.

“쇠붙이는 쇠붙이로 쳐야 날이 날카롭게 서듯이, 사람도 친구와 부대껴야 지혜가 예리해진다”(잠언 27:17)고 했다. 학문이란 서로 다른 견해끼리 부대끼면서 발전하는 법이다. 해외유학이 다반사인 요즘, 여러 분야가 그런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국문학이나 전통음악이나 국사 같은 분야는 외국인의 견해와 맞붙어보기 어려운 처지인데, 반세기 이상 자기 방식으로 발전시켜 온 상대가 가까운 북에 있으니 얼마나 좋은 여건인가.

얼마 전 어딜 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몰고 나선 일이 있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얼마 되지 않아, 중요한 것을 잊고 온 것이 생각났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도시의 출구까지 가서 차를 되돌려 와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의 정책이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0년 전으로 역사를 되돌려야 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사람마다 신념이 다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가던 길을 계속 가서 안전한 곳에서 방향을 틀어야 옳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지금 역주행을 시도하고 있다.

나라 안팎의 모든 상황이 지금까지 가던 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혼자서 차를 돌려 거꾸로 달리고 있으니,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진행되었던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중단되고 그렇게 공을 들였던 개성공단까지 존폐를 걱정해야 하게 되었다. 역사 교과서 문제로 곳곳에서 부딪친다. 4·19를 ‘데모’라고 했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취임 초기에 환율을 비롯한 경제 시스템을 잘못 건드린 탓에 지금은 나라 경제가 콩가루 꼴이 되게 생겼다. 곳곳에서 부자들의 편을 들어줌으로써 서민들은 더 뿔이 났다.

사고 터질까 하루하루 불안

백번 양보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관과 역사관이 옳다고 치자. 지난 10년간의 정부가 잘못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정상적인 길로 되돌아가야지, 역주행을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가 강조하던 ‘법과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다행히 하늘이 도와서 아직까지 대형사고는 안 터지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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