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는 복.

백낙원 (2011-04-20 20:26)

젖먹이는 복.                                                                          황우 목사 백낙원.   흔히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우리 집은 잔인한 4월이 아니라 감사와 행복의 4월이 되었다.   4월 19일 의거가 일어난 날 우리 집에 경사가 겹친 것이다.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았고 소도 송아지를 낳았기 때문이다.   개는 2개월이 되는 날 거의 정확하게 출산을 하는 편이기에 어제 개집에 미리 담요를 깔아주고, 따뜻하라고 전등을 설치 해 주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가 보았더니 벌써 새끼를 다 낳은 후였다. 그것도 일곱 마리나 되니 고물고물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어미 소는 출산예정일이 3일이나 남았기 때문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25일 새벽 4시경 소 울음소리를 듣고 나가보았더니 막 출산이 끝나 있었다.   여러 번 송아지를 받아 보았지만 예정일을 보름이나 넘기는 때도 있었다. 좁은 우리에 갇혀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이기도 하고, 비육 사료만 먹기 때문에 난산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어떤 때는 두 부부가 있는 힘을 다해 조금 내민 송아지 앞다리를 당겨도 힘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부부가 잠든 사이 새끼를 출산한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어미 소 제 딴에는 많은 해산의 고통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하기야 수 년 동안 소를 키워 온지라 요즘엔 임신소의 BC(body condition)을 보아 가면서 사료 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조금은 힘이 덜 들었으리라고 자부해 본다.   갓 낳은 송아지를 마른 수건으로 열심히 닦아주고, 열등을 손에 들고 송아지 몸 이곳저곳을 잘 말리기 40여분 만에 송아지가 일어서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꼬리를 잡아 균형을 잡아 주었더니 두세 번의 실패 끝에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미는 송아지를 혀로 계속 핥아 주면서 연신 소리를 내며 격려해 준다.   그런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무슨 신비란 말인가. 송아지를 받을 때마다 경이로움에 사로잡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걸음을 걷는 것도 힘들어 쓰러지곤 하면서도, 자석에 끌리는 듯 어미 소의 가랑이 사이의 젖통을 찾는 것 말이다.   그러나 시련은 있었다. 송아지가 고개를 까짓것 치켜들지 않으면 젖꼭지가 입에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머리로 어미의 유방을 자극하며 자꾸만 다시 시도하는 것 아닌가. 어미는 새끼에게 젖을 곧장 허락하지 않으면서 새끼의 다리 힘을 키워 주고 그러는 사이에 유즙이 더욱 활발히 분비되는 것 같다.   송아지가 어미의 유방을 머리로 두어 번 들이 받더니 드디어 젖꼭지를 입에 문 것이다. 초유를 먹으면 출산의 고비는 끝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옆방에 있는 말은 이상한 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불안해하는 듯하다. 또 그 옆 우리에 있는 암소 한 마리는 부러운 듯이 처다 보고 있다. 왜냐하면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수정이 안 되어 비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젖을 물리고 비로소 행복해 하고 안도의 숨을 내 쉬는 어미 소와, 젖을 물리며 연신 새끼를 핥아 주면서 행복해 하는 어미 개를 보면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창세기 49:25절에 “네 아비의 하나님께로 말미암나니 그가 너를 도우실 것이요, 전능자로 말미암나니 그가 네게 복을 주실 것이라. 위로 하늘의 복과 아래로 원천의 복과 젖 먹이는 복과 태의 복이리로다.”라는 말씀과, 동시에 베드로전서 2:2절의 “갓난아이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이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죽을 판 살판”이라는 지난 번 글에서와 같이 우리 집에 또 한 번의 살판이 벌어진 것이다. 따져보면 사료 값이 하도 올라 남는 장사는 아니지만 이런 맛에 그 모든 고통과 수고를 감내하고, 소, 말, 개, 닭, 토끼 등등을 키우는 것이다. 앞으로도 하나님이 건강 주시는 한 이 일은 계속할 것이다. 이것도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