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림 하는 남자.

백낙원 (2008-04-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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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집 살림 하는 남자.                                            황우 목사 백낙원. 나는 70평생 한 여자에게만 목메고 살았다. 연애를 하던 7-8년간도 결혼 후 41년 동안 오직 아내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아온 것이다. 특히 목회를 하는 40년 동안은 항상 아내와 함께였다. 누구에게 초청을 받아도 아내와 함께 갔고, 심방을 가도 그리고 여행을 해도 언제나 아내와 함께하였다. 그러나 약 1년여 전부터 두 집 살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아내의 동의를 얻어서 말이다. 여기 까지만 읽는 분들은 목사가 무슨 희귀한 이야기를 하는가하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사실인 데는 어쩌겠는가. 얼마 전 어렵사리 황토방을 하나 짓고 연애시절 아내의 애칭이었던 “하닷사”라는 이름을 붙여 “하닷사 룸”이라 하고 아내에게 선물 했더니 아내가 여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아내에게 “잘 했다”는 말 별로 들어 보지 못했지만, 뽀뽀 세례와 함께 “황토방 지어주어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발하는 것이다. 이 황토방에 재미를 붙인 아내는 저녁식사가 끝나기가 바쁘게 황토방으로 직행한다. 나보다 황토방을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시샘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다. 아내는 더운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더운 것은 질색이다. 너무 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간 안방으로 돌아오곤 한다. 안방으로 돌아오면 아내가 이순을 맞을 때 축하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족자가 걸렸는데, 그 족자안의 20여 년 전의 젊은 마누라가 웃음으로 나를 반기는 것이다. 황토방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나는 젊은 마누라에게 갈란다.”하고 방을 나서면 아내는 살며시 눈을 흘긴다. 사진 속의 젊은 마누라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변함없는 얼굴로 나를 반겨준다. 무쇠보다 더 튼튼한 다리로 화강암 다리위에 버티고 서서 말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두 집 살림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내가 더운 것을 좋아하게 되거나 아내가 더운 것을 싫어하기 전에는 말이다. 복사꽃 보다 더 화려했던 옛날이여! 돌아오지 못할 그날이여! 다시 오라. 황우정(黃牛亭)으로! 꿈이 되어서라도 다시 오라!....      (2008년 잎 새 달 스무사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