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 빎

문동수 (2011-07-16 12:41)

빔 - 빎 기도는 비는 것이다. 비는 것은 비우는 것이다. 비우다 비우면 종당에는 빌 것이다. 기도는 이런 것이 아닐까? 다른 것을 비는 것이 아니라, 빌 것을 비는 것이 기도이다. 비어 있는 상태를 “빔”이라고 하고, “빔”이 활동하는 것이 “빎”이라 한다. 그렇게 보면, 비어 있는 것이 움직이는 것이 기도이기도 하다. 움직인다고 하니, 행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역동적인 상태, 다이나믹한 상태를 말한다. 비어있는 것의 운행, 이것이 기도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도하기도 전에 기도하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그렇게 보니, 상대계의 입장에서 기도는 빔을 비는 것이요, 절대계의 입장에서는 빔의 운행이다. 이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하나님나라가 아닐까? 무엇을 비울까? 예수님은 “심령이 가난한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신다. 심령은 마음이다. 마음에는 둘이 있는데, 하나는 하나님의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마음이다. 애시당초 마음이 하나였다면, 비우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아마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종당에도 그럴 것이다. 애초에는 하나인데, 둘이기 때문에 하나를 비워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워야 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에 옳고 그른 것을 따져서 그른 것을 비운다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도덕학자의 말이고, 윤리학자의 말이고, 이세상의 말이다.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옳고 그름조차도 비워야 하는 것이다. 가난하다는 말은 비어있다는 말이다. 마음이 비어있는 것이다. 한 마음을 비워내야, 다른 한 마음으로 가득차게 되어있는 것이 영계의 진리이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해지는 것은 인간의 이름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비워내고 비워내야 아버지가 거룩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