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백낙원 (2007-10-02 14:53)

* 2007 남북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황우 목사 백낙원. 2007년 시월 상달 초이틀인 오늘은 다른 날과 같이 해가 뜨고 지는 보통의 날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차 노무현 대통령이 150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방북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온 세계가 들썩이고 모든 초점이 이곳 한반도에 쏠린 것도, 북핵 불능화 문제로 베이징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오늘은 남한의 정상이 걸어서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길을 누가 열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던가? 지금부터 7년 전 김전 대통령이 처음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김 전 대통령이나 김일성 주석이 연 것도 아니요,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정일 위원장이 연 것도 아니다. 나는 단호하게 타계하신 문익환 목사님이라고 단언한다. 아무리 오래 묶은 고목(古木)도 조그마한 가지가 부러진 자리에 빗물이 스며들고, 그 틈으로 개미가 오가고, 나중에는 더 큰 굼벵이들이 다니고, 결국 온갖 벌레가 헤집고 다니면, 급기야는 온통 속이 텅텅 빈 고목이 되는 것과 같다. 나는 이 시점에서 5천년이나 묶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한 고목을 본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철의 장벽이 가로 막아 아무도 오늘이 오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1989년 3월 문익환 목사님이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철의 장막을 넘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 전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삼 단계 통일원칙을 합의한 때부터 아주 작은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당시엔 수많은 사람들, 특히 교회들까지도, 문익환 목사님이 김일성 주석을 끌어안고 반갑게 해우하는 것을 보고 빨갱이라고 혹평을 했었다. 기장교단까지 싸잡아 용공이라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목에 빨간 수건 하나 둘렀다고 빨갱이인가? 김일성을 끌어안았기 때문에 빨갱이인가? 누가 무어라 해도 문익환 목사님은 이 땅에 선견자였고 예언자였으며, 우리 기장, 아니 이 역사의 화살촉이었다. 그러나 누가 그 분을 알아주었고, 누가 그분을 인정했었던가.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었다. 성경을 보더라도 이사야나 예레미야, 그리고 아모스 등 선지자들을 그 당시에 누가 인정을 했으며 누가 환영을 했던가? 어떤 선지자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지나서야 그들이 옳았음을 알아주지 않았던가. 문익환 목사님도 그렇다. 기장 제1세대인 문익환 목사님은 그 몸에 이 민족의 십자가를 지고, 사지로 뛰어든 것이며, 너무나도 외로운 고난의 길을 걸어 오늘의 이 길을 여신 것이다.   차제에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이번 남북 정상 회담의 성과가 어떤 것일까 하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성과가 있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그 동안, 직, 간접적으로 남과 북이 만나 합의한 것들이 그렇게 속 시원히 지켜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그 성과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남(南)의 정상과 수행원들이 남측의 차량으로 개성을 거쳐 평양에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족하다. 문익환 목사님의 방북으로 길이 열리기 시작하여 개성공단이 열리고, 금강산이 열렸으며, 오늘에 이르지 않았는가? 이로 인하여 이제 앞으로 더 큰 대로가 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상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자가용을 타고 평양에 가서 대동강 변을 거닐고, 한강에 와서 한강변을 산책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통일이 되지 말라 해도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내 나이 일흔이 되었지만 내가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오리라 확신하면서, 문익환 목사님 같은 좋은 믿음의 선배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리고 통일의 희망을 갖도록 서광을 비쳐주시는 하나님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2007년 시월상달 초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