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공해.

백낙원 (2007-03-29 20:11)

* 언어공해.                                            황우 목사 백낙원. 우리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그 것을 구사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사회의 정신적 건강을 말해주는 바로메타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더 많은 언어들은 가히 언어공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요즘 청소년들이 사용하고 있는 국적불명의 언어들은 구세대와 신세대간의 언어장벽을 쌓았고, 더 나아가 공해를 유발하여 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터넷 용어들이나 문자 메시지 용어는 접어 두기로 하고, 한 가지만 지적을 한다면 “--같아요.”라는 말이다. 자기의 솔직한 의사를 밝히려 하지 않고 교묘하게 말꼬리를 감추어버림으로 책임회피의 길을 터놓는 것이라 여긴다. 앞에서 말한 대로 다른 언어공해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일과성(一過性)이거나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한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같아요” 라는 말은 일과성이 아닐뿐더러 전염병처럼 모든 세대로 번져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기회주의적 책임회피의식과 편의 주의적 무책임의 잠재의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아요”라고 어정쩡한 말을 구사하여 그 말로 인하여 자기에게 오는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충격흡수용 언어구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청소년들만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언어의 구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분더러 하루아침에 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外侵)을 받아왔다. 남쪽 북쪽에서 물밀듯 휩쓸고 왔다가 썰물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적들의 침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로는 친로파로, 때로는 친일파로, 또 때로는 친미파로 살아야만 했던 쓰라린 과거를 가진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춘풍세유(春風細柳)가 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꺾여 지거나 부러질 수밖에 없었던 과였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대결구도 속에서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더러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거나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조차 했었던 암울한 역사를 지닌 것이 우리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제1공화국으로부터 현 참여정부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격변을 겪어야만 했다. 저녁에 어떨지 내일 어떨지 모르는 급변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분명한 자기색깔을 지니고 자기의 의사를 극명하게 표현하면서 산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삶이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입니다.”라고 하여 불이익을 당하기보다는 “--같아요.”라고 말하여 화를 면하는 것이 더 나은 처세술이요, 속편한 삶이라고 여겨졌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러한 책임감 없는 말 속에는 잘못된 여러 가지 잠재의식이 내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타인에게 불신감을 줄뿐만 아니라, 자기의 말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얄팍한 이중적 성격의 언어구사이기 때문에, 분명히 언어공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책임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기독인이라면 이러한 언어공해는 마땅히 추방하여야 할 것이 분명하다. 말(言)은 말(馬)이다. 잘 제어하지 않으면 어디로 뛸는지 모른다. 우리 모두 책임감 있는 언어구사로 서로에게 신뢰감을 심어 줄뿐만 아니라, 서로가 믿고 사는 밝은 사회를 건설하는 역군들이 되어야 하겠다.              (2007년 온봄달 스무아흐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