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에 부활절 설교를 준비하다가’

박정철 (2014-04-19 08:31)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 7:24-25)   활짝 피어났던 꽃잎들이 시들어지기 시작하더니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따라 떨어지고 있다. 더 붙잡아 두지 못해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그 꽃잎이 진 자리에 푸른 잎사귀들과 열매들이 뒤따를 것을 알기에 아쉬운 마음도 그나마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고난주간 성금요일이다. 주님의 영혼이 십자가 위에서 떠난 날이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로 인해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픈 나날들이다. 채 피어나지도 못한 생명들이 죽어간 모습들을 보면서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닌 듯한데, 이런 날들에 고난주간 성금요일이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아버지가 아들을 버리실 리 없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버리실 리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나 마치 버려진 듯한 고통 가운데 울부짖으셨던 주님의 그 아픔을 묵상하다가 부활절 설교를 준비하게 된다. 슬픈 마음을 안고 기쁨을 준비하는 내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면서 잡아내는 생각이 있다. 이게 바로 우리 신앙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혼재되어 있는 가운데 슬픔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눈물 속에서 위로를 찾고, 고통 속에서도 진주를 볼 줄 아는 모습이 우리 신앙인들이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살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나의 가는 길을 알 수 없어 고통 가운데 힘들어 하지만 그 순간에도 단련되어 짐으로 순금이 되어 나올 내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 눈물이 끊이지 않는 이 험한 세상에서 눈물이 없는 저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며 찬송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십자가를 통해서 선물해주신 부활의 영광이리라.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며 단절이 아니다. 죽음은 분리이다. 육체와 영혼의 분리가 죽음이요, 영원한 생명이신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가 바로 죽음이다. 이 문제를 주님께서 해결해 주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힘에 겹다.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눈물도 말라버리고 있다. 첫째 사망도 이렇게 고통스러울진대 둘째 사망은 이와 비할 수조차 없을 것을 알아 오늘 이 흐린 날에 담담히 부활의 말씀을 준비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