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바꿉시다.

박정철 (2014-03-15 10:25)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아 2:10-13)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 후라 꽃샘추위가 아직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에서 봄의 흔적들이 나타나고 있다. 들녘의 쑥들은 이름대로 쑥쑥 잘 자라고 있고, 교회당 화단의 담 밑에서는 쌉쌀한 머위 이파리들이 앙증맞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그 자리에서 자라나는 것들이 정말 고맙다.     양남 장날이라 장터에 갔더니 입맛을 돋우어 줄 봄나물들이 많이 나와 있다. 부지런한 아낙네들의 손길이 무척이나 바빴을 것인데,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봄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점심때 달래와 쪽파를 넣어 고추장에 비벼서 먹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침이 돈다.   겨울 소나무들이 든든히 지켜내던 산하도 봄을 맞을 채비를 끝내고 한껏 물을 머금고 있다. 이번 비로 온 산하가 흠뻑 젖어 들었을 것이니, 이제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과 푸른 잎사귀들로 새롭게 단장하게 되겠지.   추웠던 긴 겨울이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매섭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옆에 있는 바닷가 한 번 다녀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이 되었으니 눈과 글과 삶이 또 다시 바다로 출렁거리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새벽,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적으로 잠자던 심령들이 깨어나 죽어가는 영혼들을 깨워가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달리다굼의 역사를 불러 일으켜가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움츠리고 잦아 있었던 분위기를 바꾸어서 새로워져야 되겠다는 것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봄의 기운으로 온 방 가득히 넘쳐나게 하듯이 계절의 변화를 통한 영적 쇄신의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순절 기간이다. 나로 좁아졌던 마음이 하나님으로 크게 펼쳐졌으면 한다. 천사들까지 돕는 간절한 기도가 있었으면 한다.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되어지길 기도하면서 영적 성숙의 또 다른 시작을 힘 있게 시작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