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향해 던지라

박정철 (2012-05-19 20:12)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7,9)   늦은 오후 서재에 앉아 있다 글 하나 좋은 놈으로 잡아 올릴 심산에 수첩에 볼펜 하나 달랑 들고 솔밭을 지나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에 나앉으니 파도는 쉴 새 없이 철썩거리고 갈매기는 이 오월에 다 어디로 소풍을 떠났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를 않는다.   몇몇의 낚시꾼들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하더니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운다. 건장한 청년인 듯 보여 다시 보니 5학년인 규상이도 낚시를 하러 나와 있다. ‘작년 이 맘 때쯤이었지. 보리멸을 잡아서는 회를 쳐서 초장에 쿡 찍어서 먹었었는데.’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한 아저씨가 열심히 감아올리는 것을 보니 한 마리가 낚인 것 같다. 기대보다 크지 않은 씨알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괜찮을 성 싶은데, 보고 있는 나로서도 괜히 덩달아 신이 난다. ‘그래, 던져놓으니까 걸리는구나!’ ‘던져놓고 기다리니까 걸리는구나!’   옆에서 시끄럽게 몽돌 자갈만 내던지던 젊은이들은 어느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고, 낚시꾼들만 열심히 감았다가는 내던지고 또 감았다가는 내던지고들 있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던 것이 늘 기억에 새롭다. “믿음은 씨를 뿌리지도 않았으면서 ‘주여, 믿습니다.’ 한다고 해서 거두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었으면 반드시 거둔다는 것을 믿는 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않으시는 분이신데, 낚싯대를 던져놓지도 않았으니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난 지금 꿈의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바다에 헤엄치는 고기를 잡기 위해서 난 지금 낚싯대를 던져놓고 감아올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그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잡혀 수첩에다가 긁적이다가 규상이에게 다가갔더니 인사를 크게 한다. 규상이 어머니께서 규상이가 그렇게 낚시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진작 들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참 대견해 보인다.   “잡았느냐?”고 물으니 “이제 금방 왔는데요.” 그런다. 그래, 쉽게 되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작은 보리멸 한 마리 잡아 올리는 것에도 기다림과 싸워야 하고 늦은 오후의 쌀쌀한 바다 바람과도 싸워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