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가을인가요

박정철 (2011-10-22 12:02)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빌 1:8)   지난 금요일 아침, 비가 온다. 아침부터 비가 오니 무엇부터 해야 될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커피를 타서 이층 서재에 가서 앉으니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한 청년이 정성어린 그림과 함께 “비가 와. 우산 잘 챙겨.”라는 문자를 넣어준다. 그날따라 그 손길이 너무 고맙다. 작은 것을 챙겨줄 줄 아는 마음이어서 무척이나 감사하다. 받고만 있지 못해서 ‘기죽지 말고 파이팅 하라’고 답장을 넣어주었다.   10월 말이 되면서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해가 지고 난 뒤에는 두툼한 옷이 절로 생각이 한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것이 먹고 싶고 따뜻한 어묵 국물이라도 마시고 싶고 따뜻한 사람이 더 그리워진다.   떨어지는 낙엽이 바람에 흩날릴 때, 오래 전 늘 이 맘 때쯤이면 홀로 짐을 챙겨 2박 3일씩 여행을 떠나던 한 집사님이 생각이 난다. 가을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때면 어김없이 배낭을 챙긴다. 듣고 싶은 노래가 담긴 테이프와 그간 읽고 싶었던 책 두 어 권을 넣어서는 그냥 가을바람 따라 떠나버린다. “떠나봐야 지금 있는 이 자리를 더 사랑하게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훌쩍 떠나는 그 분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참 멋있어 보였고 또 한 편으로는 외로워보였었다. ‘외로워서 저러겠지.’ ‘그리워서 저러겠지.’ ‘자기를 찾고 싶은 것이겠지’   이 가을에 모두들 사람이 그리워지나 보다. 쌀쌀해진 날씨가 좋았던 추억들을 되살려주나 보다. 며칠 전 한 분이 서울 어느 골목에서 곱창을 즐겨 먹었던 때가 그렇게 생각이 난다고 한다. 연탄 주위에 함께 모여서 삼삼오오 웃고 떠들며 노래했었던 그때가 지금도 그렇게 그립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때가 또 우리에게 있을까요.” 그저 던진 말인 줄 알지만 그래도 한 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예전의 그때를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요.”     새벽, 성도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해 본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 사도 바울의 이 마음이면 우리는 언제나 아름다운 날일 것이고 그리운 날들이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