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최성묵 목사

김삼식 (2009-06-07 13:55)

◀  첫번째 사진은 고 최성묵 목사님 , 두번째 사진은 1987년 고 이태춘 열사 노제에 참석한 최성묵 목사(오른쪽에서 3번째). 그 왼쪽이 전 노무현 대통령이다. 부산지방 재야 민권운동가 최성묵 목사            암울했던 유신시절 재야운동 구심점 젊은이들의 희망 부산지방에서 재야민권 운동가로 활동한 최성묵( 崔聖默) 목사가 별세한지 15년이 되는 해다. 그러니까 15년전 1992년 3월22일 향년 62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마 살아 계셨더라면 지금쯤 송기인 신부(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보다 더 중요한 직책을 맡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인사들의 말이다. 그는 한국신학대학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기독학생운동(KSCM)을 주도하는 총무에서부터 부산YMCA 실무총무로, 그리고 일선 목회자로서 중부교회에서 17년간 시무했다. 그는 또 이 나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용기있는 민권운동가이기도 했다. 암울했던 1970년대 유신시절에는 부산의 보수적 기독교 토양에서 NCC운동을 일궈냈고, YMCA를 통해 교회연합운동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그가 시무한 17년동안 중부교회는 학생 시민 종교인 교수 등 의식있는 인사들의 집회장소가 되어 관계기관으로부터 늘 감시 대상, 문제 교회로 지목되곤 했다. 그리고 그는 살아있는 목회자로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의 표상이 되었다. 유신시절부터는 재야 등 중앙의 유명인사들이 중부교회에 구속자 석방기도회와 금요집회에 강사로 다녀갔다. 그러니 항상 교회 주변에는 사복 정복과 형사들이 출입 인사들을 체크했다. 하물며 최 목사 개인에게는 중부경찰서에서 파견한 정보과 담당형사가 가족처럼, 그림자처럼, 개인비서 마냥 따라다녔다. 그는 1987년 6·10항쟁 등 재야 민주운동을 이끌면서 통합야당인 민주당 창당에도 공을 세워 국민연합공동회장, 87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수석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때 재야운동 시절 김광일 노무현 문재인 변호사 등이 최 목사와 연대하여 종교, 재야운동을 위해 투쟁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들의 단골 변론을 맡는 등 개인적 친분도 두터웠다. 최 목사가 가신 지 15년 후인 25일 오후 5시 중부교회에서는 15주년 추모예배와 행사가 진행된다. 이미 고 최성묵 목사 10주기 추모사업준비위원회가 지난 2002년 3월 10주기 추모집('그의 부활을 기다리며')을 발간하기도 했다. 준비위원에는 송기인 신부, 김동수 장로(전 부산 YMCA 이사장) 등도 포함됐다. 문익환 목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맡아 치른 고 최성묵 목사 영결식은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남노회장, 부산민주시민장으로 거행됐다.이날 박형규 목사(재야 운동가·기장교단증경총회장)는 설교를 통해 "배신과 갈등으로 점철된 지역 패권주의만으로는 이 땅의 민주화는 요원하다"며 "부패한 정치판에 대해 국민의 냉엄한 심판이 내려진 이날 당신 특유의 너털웃음이 아닌 이런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박형규 목사의 차분한 영결예배 설교는 조문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문익환 목사가 이날 '모세의 죽음'을 인용, 조시를 낭독하자 영결식장은 일순간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다. 15년 전 3월 26일 오전 9시 중부교회당의 광경을 지켜본 그때의 현장 기자로서 감회가 새롭고, 너무 일찍 가셨던 목사님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민주화를 위해 그 험난한 사선도 넘어 좋은 시절이 오는 듯 했는데 그 영광과 상급은 하늘나라에서 받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평소 별명 '최뿔따구'처럼 좋은 시절 마다하고 너무 일찍가셨다는 느낌이 자꾸만 가슴에 머물고 있다. (2007. 3. 23. 국제신문 / 신이건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