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배웁시다] - 나의 컴퓨터 사용기

이규헌 (2008-06-25 12:08)

컴퓨터에 입문한지가 만 13년 정도 되었습니다. 컴맹 시절에는 컴퓨터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 부모님을 졸라 486컴퓨터 세트를 거금 161만원에 샀습니다. 당시는 잉크젯 프린트(HP600K)도 30만원이 넘었습니다. 처음 컴퓨터를 사고 나니 신기하기도 했고 호기심도 생겼지만 할 줄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컴퓨터를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게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작업이었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운 도스 명령어 (dir, mem, cd .. 등)를 두드리면서 결과를 보여주는 컴퓨터가 어찌도 신기했던지요? 압축 명령어를 선배에게 배워서 arj 압축을 하고 풀던 시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무수히 도스와 윈도우즈(3.1)를 설치했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밤을 새던 일... 3달 동안 하드 디스크를 4~5 번이나 고장내어 서비스를 받은 일... 그렇게, 모르면 컴퓨터를 좀 한다 하는 분들에게 가서 물어보고, 책을 보며 배우고, 혼자 삽질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때 맨 처음 관심 있게 대했던 컴퓨터 책이 "깡통들을 위한 도스"라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책들은 너무 어려워서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군요. 3개월 정도 지나니 컴퓨터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 갔습니다. 배치파일을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시스템에 대해서 눈을 떴습니다. 경주 건천에 있는 모량교회(통합)에서 교육 전도사를 하던 시절 컴퓨터를 잘 하는 청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청년이 말하길, 컴퓨터를 해도 pc통신을 못하면 컴퓨터를 반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에 하이텔, 천리안, 유니델, 나우누리 등이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천리안에 가입하여 5~6년 간을 사용했습니다. 전화 모뎀으로 접속해서 느린 pc통신을 하며 신기해 했던 일.. 인터넷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많이 퍼지더군요. 몇 년 동안 전화 모뎀으로 인터넷을 했습니다. 한달 전화 요금이 5~6만원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요즘도 전화 모뎀을 가끔 씁니다. 팩스 송수신을 할 때 사용합니다. 굳이 팩스가 없더라도 전화 모뎀만 있으면 컴퓨터로 팩스를 팩스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은 가능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전화 모뎀이 몇개 있는데 필요하신 분 연락주시면 드리겠습니다. 요즘은 그때와 비교하여 컴퓨팅 환경이 너무나 좋아졌습니다. 그냥 워드작업이나 인터넷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컴퓨터들입니다. 목사님들을 뵈면 컴퓨터에 약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목회 하시느라 겨를이 없어서 그러신 것도 이해를 합니다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컴퓨터에 관심을 좀 더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퇴하신 백낙원 목사님께서 나아교회에 계실 때 컴퓨터 다루시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 연세에 저만큼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하고 말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시고자 하는 그 모습이 저에게는 도전이었고, 존경이었습니다. 목사님들께서 바쁘시더라도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면 실력이 많이 향상될 것입니다. 저는 원래 기계와 친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모니터가 본체인 줄 알았고, 진짜 본체는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전원 버튼도 찾지 못해 헤맨 적이 있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실화입니다. 컴퓨터를 하면 할수록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컴퓨터로 실현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혹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들어 보셨습니다. 쉽게 말해 별 다른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입니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는데, 상용 프로그램 못지 않은 성능을 가진 것들이 많습니다. 말 그대로 소스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그 소스를 가져다가 자기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픈 오피스(한글 지원) - MS 오피스를 대체할만한 프로그램입니다. MS 오피스에서 작업한 문서를 대부분 읽어내고 저장할 수 있습니다. 워드 프로그램, 시트 프로그램,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 김프 - 리눅스라는 운영체제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인데 포토샵에 필적할만한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판(http://gimp.kr)도 물론 있습니다. 이것만 잘 할 줄 알면 포토샵 없어도 됩니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습니다. 하루에 조금씩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에 빠져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도 요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어렵다고 고민하지 마십시오. 기계치인 저도 했습니다. 요즘 컴퓨터는 이 모든 것을 다 하고도 남을만큼의 넉넉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덧붙임) 개인적으로 요즘 경북노회 게시판이 예전보다 부쩍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