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신학의 흐름" 서평(기독교사상 12월호) - 부산장신대학교 박만 교수

이규헌 (2008-12-04 23:39)

아래의 서평은 기독교사상 2008년 12월 호에 실린 서평 전문이다. "이 책이 한국 신학자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나온 현대 신학에 관한 최고의 책의 하나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    김동건의 『현대신학의 흐름: 계시와 응답-(1)종교개혁에서 틸리히까지』      신학의 즐거움    박만(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나는 신학교에서 책과 함께 사는 직업을 가졌기에 항상 새로운 책에 관심을 가진다. 신학뿐 아니라 철학이나 종교학 등 신학과 연관이 되는 분야의 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가끔 내 전공과 관련된 책이 보이면 책을 구해 내용을 읽어본다. 하지만 전공서적은 정독하기보다는 “어떻게 썼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 나의 전공인 조직신학 분야의 책은 쉽지도 않거니와 다루는 주제도 감동적인 독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에  “현대신학”에 대한 책을 읽고 아주 특별한 감동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만나다.    몇 주 전 김동건 교수의『현대신학의 흐름: 계시와 응답』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이 다루는 “현대신학”은 나의 전공과 일치하는 분야이고, 나도 이 분야에 몇 권의 저술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600 페이지가 넘는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 “제 1권 종교개혁에서 틸리히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렇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제2권이 또 나온다는 말인가? 600페이지로도 부족할 만큼 그렇게도 할 말이 많은가?      나는 호기심과 함께 책장을 넘겼다. 나는 책을 잡고 꼬박 하루 저녁과 다음날 오후에 걸쳐 이 책의 반을 읽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책이 나를 붙잡았다고 해야겠다. 이 책은 신학자들의 사상을 죽은 유물을 다루듯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학자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나열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다루고 있는 신학자들을 현대로 불러내어 살아있는 정신으로 독자와 마주하게 만든다.     저자는 현대 신학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왜 그들의 신학이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밝혀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 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게 된다. 현대신학의 거장들의 신학을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은 저자 자신이 이미 뛰어난 신학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책은 신학자들을 잘 이해하고 썼기 때문에 거침이 없고 읽기가 편하다. 하지만 현대 신학자들의 주요 사상을 다루기 때문에 결코 가볍거나 만만하지는 않다. 나는 하루를 쉰 다음 책의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었다. 책장을 덮으니 책에 대한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이 책은 신학생, 목회자, 심지어 일반 평신도 누구나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서술과 깊이 있는 신학적 전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절로 나왔다. “신학 책을 이렇게 잘 쓸 수 있구나”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신학의 즐거움”을 느꼈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종교개혁으로부터 틸리히의 신학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현대신학의 먼 배경이 되는 종교개혁과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계몽주의를 먼저 살핀다. 신학자로는 바르트, 본회퍼, 불트만, 틸리히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2권에서는 20세기 전반기와 중반기를 수놓았던 이런 대신학자 이후 유럽의 중요한 신학자들과 해방신학, 제3세계신학, 북미신학 및 최근의 여러 신학 사조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3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는 현대신학의 배경으로서 종교개혁과 계몽주의를 주로 다룬다(제1장). 제 2부는 계시에 대한 재발견으로 바르트(제2장)와 본회퍼(제3장)의 중심 사상을 다룬다. 제 3부는 계시의 실존적 해석과 상관관계라는 제목 아래 불트만(제4장)과 틸리히(제5장)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 각 장별로 간략히 내용을 소개하고 특징을 살펴보겠다.    제1장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현대신학을 위한 문제제기”는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책은 현대신학을 20세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17세기 계몽주의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17-19세기를 일반적인 교리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계몽주의 이후에 나타난 사상사적인 충격이 신학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고 본다. 저자는 네 번에 걸친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세심하게 분석한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가 교회와 신학에 진정 큰 충격이었고 도전이었음을 밝힌다. 현대신학은 바로 계몽주의에서 비롯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계몽주의 이후에 변화된 신학의 구조를 모르면 현대신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저자는 계몽주의 이후에 나타난 신학의 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신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현대신학을 이해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렇게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신학적으로 진단한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저자는 역사와 신학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신의 신학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제1장에서 저자의 깊은 신학과 창조력을 통해 현대신학을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통찰을 얻을 것이다.    제2장 “계시의 주체 바르트”는 바르트 신학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이 책은 바르트 사상의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 사상을 균형 있게 서술하였다. 먼저『로마서 강해』를 중심으로 초기 바르트의 계시의 초월성을 분석한다. 이어서 바르트의 안셀름 연구를 중심으로 한 중기 신학의 주요 부분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교회 교의학』에 나타난 바르트의 후기 사상의 특징도 빠지지 않고 다룬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특징은 바르트의 계시에 대한 강조와 인간의 책임성을 조화 있게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바르트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은 신의 주권과 초월성에 대해 강조한다. 신의 주권과 초월성에 대한 강조는 인간의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신의 주권에 대한 강조에는 동의를 하지만, 인간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주고 있다. 신의 초월성과 주권에 대한 강조가 결코 인간의 책임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신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성에 대한 관계성 부분은 이 책이 바르트 해석에 대해 기여한 중요한 공헌으로 평가된다.    제3장 “계시와 세속”은 본회퍼의 신학을 다룬다. 이 책은 먼저 본회퍼의 생애와 신학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본회퍼의 삶과 신학이 유리되지 않고 일치되는 것을 밝힘으로 신학이 지극히 실제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이 책은 본회퍼의 전체 사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즉 본회퍼의 전기 신학과 후기 신학의 ‘연속성’, ‘그리스도의 현존성’, 그리고 ‘변증법적인 방법론’을 통해 본회퍼 신학을 통전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본문에서는 본회퍼 신학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주제인 기독론, 비종교화, 윤리를 다룬다. 이 책은 본회퍼의 신학을 통해 현대사회가 가지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우리시대에 교회와 신학이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본회퍼의 주요 사상들을 서로 분리해서 다루지 않고, 각 주제들을 유기적인 통일성 안에서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면 본회퍼 신학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것이다.    제4장 “계시와 실존”은 불트만 사상을 다룬다. 불트만은 워낙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신학자이다. 이 책은 먼저 불트만 사상의 세 가지 원천을 살피고, 불트만 신학에 나타나는 주요 주제들에 대해 그 핵심 사항들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이 부분만으로도 불트만 사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본론에서는 불트만 사상의 주요 주제인 기독론, 비신화론, 해석학, 그리고 신앙과 역사의 관계 등을 다룬다. 이 주제들은 하나같이 까다롭고 난해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 주제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난해한 부분들에 대해 분명한 해설을 하고 있다. 불트만 신학에서 제기된 주요 논쟁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일일이 평가하면서 불트만 신학에 있어온 많은 오해들을 바로잡는다. 불트만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제5장은 “인간과 신의 상관관계”로서 틸리히의 신학을 다룬다. 신학을 공부한 사람은 누구나 알다시피 틸리히의 신학은 아주 광활하며 그가 다룬 주제는 다양하다. 그래서 틸리히 연구가들이 가장 당혹해하는 것은 틸리히의 사상을 체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틸리히의 신학 방법론인 “상관관계의 방법”을 먼저 다룬다. 저자는 상관관계의 방법이 가지는 방법론적인 특징을 쉽고 명확하게  분석한다. 곧 이 책은 틸리히가 사용하는 방법론을 통해 틸리히의 사상을 조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본론에서는 틸리히 신학의 주요 주제인 인간론, 신론, 기독론, 문화신학 등을 다룬다. 이 책은 틸리히의 사상을 잘 소화한 후 각 주제들을 전체적인 통일성 안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틸리히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틸리히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나 틸리히 사상을 전공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의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신학자들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을 통해 그 신학자의 장점과 약점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 신학자가 가지는 한계와 우리가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을 제시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신학자들이 단순히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시대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신학적 과제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졌다면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났을 것이다.     책의 특징    『현대신학의 흐름: 계시와 응답』은 여러모로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은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여기서는 이 책의 각 장에 대한 내용의 소개가 아니라, 이 책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 논해 보려한다.    첫째, 이 책은 ‘계시와 응답’이라는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신학이 원체 방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은 현대신학자들의 사상을 정리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현대신학자들이 계시에 대해 어떻게 응답했는지의 관점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현대신학의 배경, 형성, 발전, 그리고 신학자들의 사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계몽주의 이후에 나타난 신학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석하고 진단한 부분이 탁월하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미래 신학의 모양과 역할을 암시함으로, 저자는 자신이 현대 신학에 대한 단순한 해설가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이 책은 현대 신학자들의 고민, 그들의 생애, 그들의 신학을 우리시대에 살려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르트를 비롯한 주요 신학자들의 신학적 고민을 알 수 있고, 그들이 신학을 통해 무엇을 시도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어떤 신학자들의 지나간 사상을 짜깁기하듯이 나열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신학자들을 오늘로 불러냈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신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매우 도전적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여러 신학자들을 다루고 있지만 다루는 신학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설명을 제공한다. 신학자 한 명에 대체로 1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주어졌다. 어떤 한 명의 신학자만을 다루는 단행본에 비하면 적은 분량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각 신학자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어떤 한 명의 학자만 다루는 전문적이고 두터운 단행본에 뒤지지 않는다.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있으면 현대 신학자들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넷째, 이 책이 가지는 흥미 있는 특징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20세기 신학의 대가들을 다루기 때문에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간결한 필체와 문장, 그리고 명료한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단락이 이해가 안 되어 고민하는 일은 별로 없을 듯싶다. 하지만 이 책은 오늘 우리가 어떻게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믿음으로 응답해야 하느냐는 진지한 도전을 던진다.    내 전공분야와 일치하는 책에 대해 이런 서평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현대신학의 흐름: 계시와 응답』을 읽고 수업시간에 이 책을 꼭 사서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하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어떻게 신학을 해야 할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한국 신학자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나온 현대 신학에 관한 최고의 책의 하나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벌써 “현대신학의 흐름” 제 2권이 기다려진다. 우리 한국 교회와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선한 독자들의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박만 약력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대학원(M.div, Th.M)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Th.M) 캐나다 토론토 대학, 성 마이클 칼리지(Ph.D) 현재 부산장신대학교 조직신학교수 (출처) http://astsi.org/zb41pl8/bbs/zboard.php?id=Kim_visitors&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