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와 보리국.

백낙원 (2011-04-07 11:26)

얼레지와 보리국.                                                                        황우 목사 백낙원.   이제 완연한 봄이다. 산과 들에는 새싹들이 돋고 매화랑 목련이 함박웃음을 웃는다. 아내는 마침 외국에 나갔고 내 혼자 남으니 끼니를 때우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생각다 못해 보리국을 끓이기로 하고 밭에 나가 보리를 조금 뜯어 왔다. 된장을 조금 풀고 양념을 듬뿍 넣은 다음 바글바글 국을 끓였다.   보리는 풋기운이 강할 뿐만 아니라 칼슘이 우유보다 11배나 많고, 비타민 C는 사과보다 60배나 많다고 한다. 요즘 보리는 철이 조금 지나 억세지만 봄내음과 풋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도전 해 본 것이다.   그리고 반찬으로는 무엇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작년에 눈여겨보아두었던 얼레지가 생각이 났다. 이 근처 산야에는 딱 한군데 얼레지 군락지가 있는데, 그 산기슭을 찾아 갔더니 얼레지 꽃도 고개를 내밀었다. 얼레지 나물은 꽃도 예쁘고, 꽃과 비늘줄기까지 다 먹을 수 있어 좋다.   얼레지를 조금 뜯어와 삶아 발끈 짠 다음 간장, 참기름, 깨소금, 그리고 마늘과 생강 조금을 넣고, 옛 어른들처럼 손으로 바락바락 주물러서 무쳤더니 천하에 별미다.   보실f보실하게 지은 밥을 보릿국에 말고 얼레지 나물로 반찬을 하니 봄에다가 밥을 말고 봄에다가 쌈을 싸서 먹는 기분이다. 밥 한 그릇을 완전히 비우고 나니 포만감에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다. 옛 어른들 말씀에 “내 손이 내 딸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진작 냉이나 달래로 봄맛을 보아왔지만 이것 또한 별미가 아닐 수 없다. 오늘 저녁엔 무슨 반찬을 할까 생각하다가 가까운 들녘으로 나가니 여기저기에 나물이 지천으로 늘렸다.   요즘 한창 달맞이 꽃 순이 돋고 있으며, 지칭개나 고들빼기, 그리고 참소라쟁이 나물, 씀바귀, 민들레 등등 다양하기만 하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엉겅퀴, 참죽, 두릅, 음나무 순, 그리고 각종 취나물이 시샘을 하듯 돋아 날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의 원자력 사고로 인해 방사성 비가 온다니 산야의 보약들이 온전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그런대로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누리면서 살아왔지만, 우리 후대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니 긴 한 숨이 절로 난다.   지구는 유한할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서 살고 있는 것인데, 인간들은 우선 나만 잘 살고 보자는 욕심 때문에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하나님께 죄스럽고 후손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2011년 4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