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노회 자유게시판 :::

[내일신문] 괴담, 유언비어, 예언

전대환 (2008-05-26 01:15)

괴담, 유언비어, 예언

전대환(구미안디옥교회 목사)

이른바 ‘광우병 괴담’의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 특히 월령 30개월이 지난 쇠고기는 위험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뿐만 아니라 광우병 위험물질까지도 수입하기로 했다. 이것 잘못 먹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과장이 좀 섞인 몇 가지 곁가지들도 붙어 있다.

‘괴담’(怪談)이란 ‘괴상한 이야기’ 또는 ‘요괴(妖怪)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한때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했었다. ― 긴 머리에 하얀색 레인코트를 입고, 빨간 마스크를 한 여자. 그는 커다란 낫을 가지고 다니면서 밤 12시에 사람을 만나면 “나 예뻐?”라고 물어본다. ‘예쁘다’고 대답하면 “똑같이 해줄게” 하면서, 낫으로 상대의 입을 귀까지 찢는다. ‘못생겼다’고 해도 역시 입을 찢는다. ― 이런 이야기가 ‘괴담’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거나,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경우가 보통이다. ‘광우병 이야기’가 ‘빨간 마스크’ 이야기 같은 괴담인가? 아니다.

그러면 이것이 유언비어(流言蜚語)인가? ‘유언비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아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유언비어는 대개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 소재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유언비어’가 가장 많이 나돌았던 때는 ‘광주 민주항쟁’이 일어났던 1980년이 아니었을까.

그해 5월, 마침 광주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서울까지 온 친구가 있어서, 필자는 비교적 소상하게 당시의 광주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거의 그 일을 다루지 않고 있다가 사나흘이 지나서야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고정간첩이 광주에 침투해서 소요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 사람들은 광주 이야기를 신군부가 말하는 이른바 ‘유언비어’에 의존하여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유언비어’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뼈대는 정확히 짚고 있었다.

촛불시위와 관련하여 학교까지 경찰관을 보내서 수업시간에 학생을 조사하고, 인터넷 댓글 단 사람을 찾아내서 조사 받으러 오라고 통지를 보내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2008년의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광우병 이야기’는 유언비어일 수도 있겠다. 언로가 통제된 상황에서는 흔히 ‘사실’이 유언비어를 타고 다니니까. 그러나 이런 유언비어는 ‘민중의 소리’ 곧 ‘예언’(豫言)인 경우가 많다.

옛날 예레미야라는 사람이 이런 예언을 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놀랍고도 끔찍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예언자들은 거짓으로 예언을 하며, 제사장들은 거짓 예언자들이 시키는 대로 다스리며, 나의 백성은 이것을 좋아하니, 마지막 때에 너희가 어떻게 하려느냐?”(예레미야서 5:30-31).

최근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거짓’ 때문이다. 일부 언론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고, 몇몇 목사들도 이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 거기에 맞장구치며 좋아하는 ‘백성’들도 있다. 예레미야의 예언이 수천 년 뒤 먼 이국땅에까지 와서도 유효한 셈이다.

다음은 자공과 공자의 대화이다. ― “나라가 잘되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족식(足食), 족병(足兵), 신(信)이니라.” “그 세 가지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병을 버리겠다.” “남은 것 중 또 하나를 더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식을 버리겠다.” ― 신(信)이 무너진 세상에서는 ‘괴담’과 ‘유언비어’와 ‘예언’이 혼동을 일으킨다. 이런 세상에서는 ‘말에 씨가 안 먹힌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다. 우리가 신(信)을 버리고 족식(足食)을 추구한 결과다. 더 안타까운 일은, 대통령이 ‘반성’까지 했는데도 그가 반성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信)이 우리에게서 더 멀어지고 ‘예언’ 구실을 하는 ‘유언비어’가 더 큰 생명력을 얻게 되지 않을지….

총 게시물 수 : 2056
로그인 회원가입	페이지 ( 25 / 103 )

[올린순] [읽은순]

번호

제목

올린이

올린날

조회

1576	FTP서버를 구축했습니다.	이규헌	2008-04-30	2,198

1575	매실즙 광고.	백낙원	2010-10-09	2,197

1574	모세오경과 성서비평.	백낙원	2009-07-30	2,197

1573	구미시찰위원회 소집!!!	이규헌	2008-07-29	2,197

1572	오픈오피스 2.4 버전을 사용해 보십시오.	이규헌	2008-07-22	2,196

1571	[RE]저는 이런 풍경을 참 좋아한답니다. 그냥 미…	안재능	2008-06-24	2,193

1570	[내일신문] 괴담, 유언비어, 예언	전대환	2008-05-26	2,193

1569	한결같은 사람	박정철	2008-04-12	2,191

1568	[내일신문칼럼] 이명박정부는 철학부터 세우라!	전대환	2008-07-16	2,188

1567	미조직교회 목사 피선거권 자격제한에 대하여 노…	임갑순	2011-02-07	2,185

1566	바닷가에 서면	백낙원	2008-09-11	2,184

1565	[칼럼] 머슴은 주인 마음을 읽으라!	전대환	2008-06-09	2,184

1564	이기섭 장로님께(세 번째)	김정락	2011-02-11	2,183

1563	관리자님 보세요~~	이규헌	2008-08-15	2,183

1562	설날 세배법이 있어서	임갑순	2008-02-02	2,183

1561	관리자님!	홍성윤	2007-07-04	2,183

1560	"미인대칭"~여신도회 구미지구회 교육…	이순락	2011-05-24	2,182

1559	제132회 노회안내수정요망	백성기	2011-04-21	2,182

1558	이기섭 장로님께(두 번째)	김정락	2011-02-11	2,182

1557	관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김정준	백낙원	2009-10-25	2,182

[이전 10개][21][22][23][24][25][26][27][28][29][30][다음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