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과 성서비평.

백낙원 (2009-07-30 10:40)

모세오경과 성서비평.                                              황우 목사 백낙원. 내가 은퇴를 한 후 조그마한 성서연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수요일 오전 6시 30분부터 약 1시간 반가량 성경 한 장씩을 읽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교파를 초월한 모임이기에 다양한 교파의 신학과 신앙에 접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때로는 이상한 디램머에 빠지기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성서비평에 관한 것이다. 아직도 성서를 비평하는 그 자체를 불경으로 생각하는 교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데 사람이 쪼개고 발겨서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가 아직도 이런 유치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물론 성서비평에는 본문비평 또는 원문비평이라고도 하는 하등비평이 있고, 역사비평이나 전승사 비평, 양식사 비평 등 종교사적인 비평을 총망라하는 고등비평이 있다. 하등비평은 가장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원문을 재건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약 원문에는 모음기호가 없었다. 모음기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AD 5세기 이후부터라고 전해진다. 이것이 원문 오류의 가능성을 낳은 것이다. 그러므로 원문을 재건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성서가 생겨진 시일, 저자, 기타 문헌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문헌을 상호비교하며 서로의 모순을 살피고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고등비평이다. 그런데 아직 많은 교역자들이 본문비평에만 머물러 있으려하고 고등비평을 도입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모세오경의 단편설 같은 경우에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모세 오경은 모세가 썼다는 것을 고집한다. 그러나 5경중에는 모세가 썼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모세를 2인칭 내지는 3인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모세가 죽은 후의 기록도 있다. 그리고 신명(神名)도 “엘로힘”으로 기록된 곳도 있고 “야훼”로 기록되어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일고(一考)의 시간도 가지지 않고 모세가 죽은 후의 일까지 기록해 놓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명도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고 아빠라고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엘로힘”으로 부를 수도 있고 “야훼”로 부를 수도 있다고 우기는 것이다. 목회자들의 성서에 대한 이런 주장이 모세를 노망들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하는 의아심이 생긴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기가 글을 쓰면서 “나” 또는 “모세”라는 일인칭을 사용하지 않고 “모세 그 사람” “그가”라는 이인칭 또는 3인칭을 사용하였다는 말인가. 그리고 5경의 시대적 배경이나 생활상태도 모세시대의 유목민의 것이 아니고 가나안의 농경생활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5경은 모세라는 한 개인의 저작이 아니고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 사람의 손으로 쓰여 졌음을 이미 AD185년-251년의 오리겐이 주장한바있다. 화란의 철학자 스피노자도 창세기부터 열왕기하까지 에스라가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도 있다. 눅 1:2에 『처음부터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라고 하였고, 마카베오하서 1: 23절 이하에는 “키레네 사람 야손이 이렇게 자세하게 써놓은 이야기를 우리는 요약해서 한 권의 책에 담으려 한다...자료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사람들이 어지럽게 될 것을 생각하고...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수 있도록 힘썼다. 이 많은 자료를 요약하는 일은 많은 노고가 필요한 것이고,..우리는 밤잠을 못자고 땀 흘려 일했다...매 사건의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원 저작에 양보하고 우리는 다만 간단하게 요약하는 일에만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이러한 자료들을 보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형태의 성서가 편집되기 까지는 적어도 1000여년이 걸렸으며 더 오랜 역사를 지닌 구전과 원본을 다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자가당착의 틀에 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털고 일어나 성인다운 세계관과 올바른 성서관을 가질 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2009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