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백낙원 (2007-06-15 15:01)

* 아무리                                                          =  황우 목사 백낙원  = 아무리 라는 위의 제목은 송명희 시인이 쓴 시의 제목이다. 나는 송명희 시인을 좋아한다. 이 시인이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란 사실을 알고부터 더욱 그러했다. 물론 그녀가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이기 때문에 동정하는 마음으로 그녀와 그녀의 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쓰는 시를 비롯하여 많은 시인들의 시가 머릿속에서 나오거나 아니면 가슴에서 나오는 시라고 할 수 있다면, 송명희 시인의 시는 바로 뼈골 속에서 나오는 골 즙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누기 힘든 온 몸을 뒤틀며 시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의 집안도 무척 가난하여 분유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며 자랐고, 7살까지 누워서 지내야만 했다고 한다. 그녀는 예민한 사춘기시절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17살 되던 해, 죽을 때 죽더라도 자신이 왜 이렇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하나님께 한 번 물어나보고 죽기로 결심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하나님께 필사적으로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그녀에게서 갑자기 ‘시’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혜의 근본이신 야훼 하나님께서 지혜의 영을 부어 주신 것이라 믿는다. 그녀의 많은 시 가운데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공평하신 하나님”이라는 시를 소개한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 나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것 가졌으니 / 나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으며 /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 공평하신 하나님이 /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 나 남이 없는 것을 갖게 하셨네   이 시에서는 그녀의 신앙 고백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고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이 시는 곧 방속국으로 보내져 곡이 붙어 전국으로 퍼져 나가 많은 사람들의 애창하는 가슴을 울리는 복음송이 된 것이다. 인간세상의 모든 문제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무엇을 채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 패가망신(敗家亡身)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다른 사람이 가진 것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공평하시다”고 외친다. 그녀라고 그 같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갈등이 왜 없었겠는가마는 그래도 그 모진 환경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 삶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찾아 승화시키는 불굴의 인간상과 참된 신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전국 각지의 교회에서 시시각각으로 뒤틀려지는 온몸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간증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천5백여 회의 국내·외 집회를 인도 했다．종합예술선교 단을 만들어 문화선교활동도 벌인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송명희 시인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겠지만 동시에 송명희 시인보다 더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행복한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나는 송명희 시인의 육골 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를 좋아하고 그 시들 중 “아무리”라는 시를 더욱 좋아하여 우리 집 게시판에 현재도 계시 해 두고 있다. “아무리”라는 시어 속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쁨이 많아도 하루의 즐거움이요 아무리 슬픔이 극하다 하여도 한날의 괴로움이라. 사람의 쾌락이 일시이듯 인간의 고통도 순간이라. 시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기 의지대로 한 번도 앉고 일어서보지도 못하는 장애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온 사지가 뒤틀리는 그 끝없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고통”이 순간이라고 노래한다. 하기야 인간 그 자체가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존재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루의 지나가는 기쁨처럼 한 날의 슬픔이 잠시이며 잠시인 슬픔과 같이 한날의 지나가는 기쁨이 흘러가는 안개 되어서 사라지리라. 그리고 시인은 인생의 기쁨이나 슬픔이 비오는 날 잠시 보이다가 없어지는 수포와 같다고 노래한다. 아니 아침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것이다. 그렇다. 나이가 들고 보니 인간의 모든 기쁨이나 극한 슬픔도 산등성이에 떨어진 비 한 방울이 골짝과 계곡을 지나면서 겪는 수많은 우여곡절(迂餘曲折)과 같은 것이며, 자기가 원하든 원치 않든지 간에 죽음이라는 대해(大海)로 흘러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없어지는 기쁨을 붙잡지 말고 끝이 있는 슬픔에 매이지 말고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영원하며 보이지 않는 축복을 바라보라. 마지막으로 시인은 적어도 이때만은 신의 사자가 되어 안개처럼 사라질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하나님의 영원한 축복을 바라보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듯이 말이다. 이보다 더 은혜로운 설교나, 이보다 더 훌륭한 웅변을 그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혜주신 하나님께와 시인께 감사하면서 필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