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우상

문동수 (2012-07-28 07:41)

하나님과 우상 신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야웨(야훼, 여호와)를 ‘하나님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하느님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갑론을박,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자를 “한울님”, 또는 “하늘님”이라고 불러 왔기 때문에 “하느님”이라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하나님은 한 분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다고 주장을 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둘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지금 현재 기독교계에서 쓰는 대로 하나님니라고 해야 옳다고 말했다. 저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어 설명을 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대답이 될 수가 없었다.   돌이켜 보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절대를 상대세계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절대를 체험한 사람들이 아무리 그 절대를 잘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상대세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은 이름붙일 수 없는 분이라고 했던가? 절대를 상대의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 그 어느 것 하나 틀린 것이 없고, 그 어느 것 하나 올바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을 상대세계의 언어로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무엇일까? 그 이름은 다름 아닌 “야웨”다. “스스로 계신 분”, “나는 나다” 라는 뜻 외에 수 없이 많은 뜻을 지닌 “야웨”라는 단어가 가장 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이 단어가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하더라도, 몇 시간 이상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말 중에 그분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는 무엇일까? “도(道)”라는 단어가 아닐까? 요한복음 서두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말씀은 그리스어 λογος(로고스)를 번역한 말이다. 로고스는 처음에 우리나라 말로 옮길 때 도(道)라고 번역했다. 도(道)라는 단어가 어려웠을까? 이 단어는 다시 말씀으로 대치가 되었다. 물론 말씀이라는 단어도 훌륭한 번역이다. 말씀을 풀어 보면 ‘말+씀’이다. 언(言)의 용(用)이다. 말(言)이라는 뜻도 ‘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시는 ‘뜻’을 말한다. 그래서 뜻의 용(用), 다시 말해 뜻이 운용하고 있는 것이 말씀이다. 이렇게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을 활자 나부랭이, 소리 나부랭이가 말씀인 줄 오해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한 술 더 떠 성경 한 구절 인용 해 놓고 말씀이라고 강변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쨌든 그리스도교를 말씀의 종교라고 말할 때는 이렇게 오묘한 뜻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처럼 “말씀”이라는 단어도 훌륭한 번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가 오용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道)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道)는 首(수) + 辶(착)이 결합해서 나온 말이다. 首(수)는 “으뜸, 근본, 머리”라는 뜻이고 辶(착)에는 ‘뒤 따른다, 달린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도(道)는 “으뜸, 근본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멋진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현대과학은 뉴턴의 물리학을 넘어서서 양자물리학을 말하는 시대다. 양자물리학은 가장 작은 미립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원자가 움직이지 않고 불변이라는 생각은 철 지난 어린애의 투정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해, 현대과학은 가장 작은 미립자를 움직이고 있는 상태로 설명한다. 철학도 마찬가지이다. 현대 철학은 개념을 설명하는 단계의 철학에서 관계성의 철학, 사이(間)의 철학, 상보의 철학으로 넘어 온지 벌써 오래다. 문화는 어떤가? 예술은 어떤가?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보니, 도(道)라는 단어가 그분을 얼마나 잘 표현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그분을 고정되어 있는 실체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으뜸을 향해 나아가는 동사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쯤해서 야훼를 믿는다, 또는 섬긴다는 말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이를 번역하면, 도(道)를 믿는 것이고, 말씀을 믿는 것이다. 으뜸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도(道)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뜻이 운용되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고정되어 있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운용되는 도(道)와 하나가 되는 것이 믿음이다. 뜻이 펼쳐지고, 실현되는 말씀과 하나되는 것이 믿음이다. 여기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자기 고집은 설 자리를 잃는다. 끊임없이 정진하는 도(道)와 함께 하는 것이 믿음이고, 말씀에 나를 내어 맡기는 것이 믿음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한국기독교 안에는 이단 논쟁으로 늘 시끄럽다. 우리교단의 안디옥교회도 지금 한창 이단 논쟁에 휩싸여 있다. 이단 논쟁이 도(道)와 말씀을 잘 따라가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단논쟁이라는 것이 대부분 헤게모니 싸움이고, 권력 싸움의 이면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고작해야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벌이는 쓸모없는 논쟁이라는 것이다. 도(道)를 모르니 벌리는 논쟁이고, 말씀을 모르니 헛 수작부리는 것이다. 헛된 믿음을 미신(迷信)이라고 한다. 미(迷)는 米(쌀)+ 辶(착)이 결합된 단어다. 쌀을 쫓아가는 것이 미신이다. 욕심을 좇고, 권력을 쫓고, 자기 생각을 쫓는 것이 미신이다. 이단을 구별하려면, 이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단으로 정죄하려면, 욕심과 권력을 쫓아다니고, 자기 생각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정죄해야 할 일이다. 미신을 기독교적 용어로는 우상이라고 한다. 우상을 섬기는 것은 다름 아니다. 세상의 권력과 자기 욕심을 쫓아서 인생을 한 없이 낭비하는 것이 우상을 섬기는 것이다. 타종교에 속해 있다고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우상숭배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문제라는 말이다. 신자유주의를 숭배하는 것이 우상 숭배고, 국가주의를 숭배하는 것이 우상 숭배이고, 여당, 야당을 따라 다니는 것이 우상 숭배이고, 지역 이기주의가 우상숭배이고, 자기 가족 밖에 모르는 가족주의가 우상숭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