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낌 - 예배

문동수 (2012-05-28 00:29)

거리낌 - 예배 요즘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금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일주일에 한번 하는 일과성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목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행사가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죄로 가득한 세상에서 죄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마저 없다면 불안해지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형식주의와 위선, 사실 그리스도교는 이것 때문에 탄생한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종교를 창시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천년 전에 위선자들인 바리새인과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복음서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형식주의와의 투쟁에서 생겨난 산물이다. 예수님은 “화 있을진저”라는 표현으로 그들을 경멸의 수준의 넘어서 멸시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또한 로마가톨릭의 형식주의와의 싸움 이외 다른 말이 아니다. 루터 역시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화석화되어 버린 신앙을 버리고 올바른 신앙으로 돌아가자고 역설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형식주의와 일과성을 버리고 올바른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를 붙들고 다시 성경을 편다. 레위기 1장에 번제를 드리는 내용이 나온다. 번제는 요즘말로 하면 예배다.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가를 주님께서 가르쳐주시는 내용이다. 이 예배가 주님께 드리는 향기로운 냄새란다(1:9). 요즘말로 하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라는 말이렷다. 예배를 드릴 때 황소 한 마리가 필요하다. 황소를 드린다는 의미는 자기가 지니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드린다는 의미다. 내가 어렸을 적에 집안에 있던 황소 한 마리의 가치를 생각해 보라! 아마도 모든 이가 동의하는 것이 재산목록 1호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드리는 것이 예배의 전제 조건이다. 예배의 시작이라 해도 좋고, 일부분이라 해도 좋다. 오늘 예배 중에 고등학생에게 물었다. “자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 친구는 ‘가족’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개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고 했더니, 그렇단다. 황소를 바치는 것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것을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본인 자신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황소는 자신을 드리는 것 외에 다름 아니다. 나를 드림이 황소를 드림이요, 황소를 드림이 나를 드림이다. 4절에 황소에 자기 손을 얹는 행위를 바로 그것을 뜻한다. 그래야만 주님이 받으신단다. 정말 엄청난 거리낌이다. 그런데 황소를 어떻게 드리는가? 성경에서는 황소를 드리는 사람이 직접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가죽을 벗기고 머리와 다리를 자르고 내장까지 드러내는 일을 직접 해야 한다. 나를 드리되 나를 황소 잡듯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이렷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대로의 나가 아니기 때문에 분해하라는 뜻이다. 세상에 물들어 버린 나 자신을 완벽하게 해체하지 않고는 예배가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본 모습을 잃어버린 나를 산산이 분해하라는 말이다. 돈으로 치장되고, 직업으로 위장되고, 사회와 세상이 덧 입혀 놓은 거짓된 나를 완전히 내려놓으라는 말이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는가? 머리와 기름, 내장과 정강이, 모두를 불에 태워 버리란다. 모두 없애버리라는 말이다.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그래야만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란다. 며칠 전에 친구 목사님 한분이 방문을 했다. 그 분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교회의 사명 중의 하나가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쓰는 것이다” 이 말을 100%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분명히 교회의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성서는 황소를 바치되 흠 없는 것을 바치라고 분명히 명시한다. 드리는 헌금이 만원이든, 백만원이든, 천만원이든, 그 돈과 자기를 바꿀 수 없는 것이면 모두 흠 있는 것이 아닐까? 목사님들이 모이면 흔히 하는 소리 중의 하나가 “십일조하는 교인은 신앙이 좋은 분이다”라는 말이다. 나도 세상에서 장사도 해 보고 직장에도 다녀 봤다. 그래서 십일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귀한 신앙인지를 잘 안다. 그러나 그 말이 목사님들 앞에서는 훌륭한 신앙인지는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천천만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이 모두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가? 예배, 참으로 거리낌이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어리석음이겠지만, 적어도 하나님을 안다는 그리스도인에게는 거리낌이다. 현대교회가 예배의 활성화를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수천 수만가지의 노력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예배는 또 하나의 우상 숭배인 것을 안다면, 이제는 방법들을 내려놓고,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