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부르면 육신의 아버지가 자꾸 떠오른다

조영식 (2011-05-08 07:04)

기도시간에 아버지를 부르면 육신의 아버지가 자꾸 떠오른다. 아버지 어머니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에 늘 감사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도 자주 못 드리는 것이 죄송할 뿐이다. 가끔 한번씩 전화하는데도 늘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리고 매주일 아침에 아버지는 전화메시지로 설교 잘하라는 격려를 해주신다. 아버지는 요즘 게이트볼 회장을 맡으셔서 멀리 시합도 나가시고 열심히 회원들을 섬기신다. 은퇴하신 친구목사님들과 정기적으로 만남도 가지시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니 보기 좋다. 아버지는 자상하고 인자하셨는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요즘 아이들처럼(준서) 쉽게 대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항상 바쁜 모습이었고 집에 계실 때는 늘 책을 보셨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내조하시느라 이것저것 집안일을 척척 잘 하셔야 했다. 어머니 말씀에 너희 아버지는 목사가 아니었으면 도 닦는 부처가 되었을거라고 하셨다. 그만큼 세상일에는 무심하셨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용모가 깨끗하시고 늘 조용하셔서 순한 양같은 이미지를 가지셨다. 밝고 깨끗한 이미지로 성실하게 목회를 하셨다. 그래서인지 맡으신 교회가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하였다. 아버지는 경북노회에서만 목회하셨는데, 송천교회, 습례교회, 풍기교회, 구미교회, 흥해제일교회에서 목회하셨다. 그래서 나는 고향이 없다. 이사를 자주 다녔기 때문이다. 고향을 물으면 그저 경북이라고 답한다. 아버지가 목회하셨던 경북노회에서 목회하는 것이 내게는 고향을 지키는 것 같아서 좋다. 목회를 하기 전에 나는 사업을 하다가 크게 빚을 진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는 통곡하듯이 아들 앞에서 울어주셨다. 아들에 대한 측은함 때문이었으리라. 그 후 나는 집을 떠나 서울에서 살게 되었는데, 어머니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아버지가 잘 우셨다고 했다. 참으로 죄송할 뿐이다. 그때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들의 빚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내어놓으셨다.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사랑을 갚을 길이 없다. 아버지는 내가 목회자가 되는 것을 좋아하셨다.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에 목회자가 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기뻐하셨다. 목회자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살아갈 의미조차 없는 처지였다. 내가 목회자가 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요, 아버지의 은혜다. 대구노회에서 목사 임직식을 할 때에 그날이 마침 아버지의 생일날이었는데, 노회의 배려로 아버지가 나에게 목사가운을 입혀주었다.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하나님이 이렇게 나를 하나님의 종으로 만드시기 위해서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되니 모든 것이 감사가 되었다. 기도시간에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면 나에게 사랑을 주셨던 육신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