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떼밀려 사는 인생.

백낙원 (2008-07-18 14:44)

등 떼밀려 사는 인생.                                               황우 목사 백낙원. 몇 년 전 내가 시무하던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도 하고 집사로 성실하게 봉사하던 집사님 한 분이,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신학도 하고 목회를 하겠다고 떠난 일이 있다. 서로가 바쁜 탓에 연락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약 4년여가 지난 며칠 전 어떻게 알았는지 내게 메일이 왔다. 그런데 목회자의 뜻을 결국 접어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이라는 사회에서의 목회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가 구실로 내세우는 몇 가지 사유가 있는데 첫째는 자신이 영성이 부족하다는 것. 두 번째로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부가 끝나도 누가 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 셋째 그렇다고 개척을 할 만큼 열정적이지 못하다는 것 등이다. 미국에는 목사안수를 받은 후 목사란 타이틀만 가지고 여러 해를 기다리는 목사님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제 넓은 이야기이지만 진정한 사역자는 20%가 될지 말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는 그 나머지 80%에 속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의 지난 과거를 회상해 보니 나의 목회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13살 때 처음 교회에 나가 “나 목사 되게 해 주세요”하고 기도는 했지만, 철이 들고 부터는 목회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었다. 꼭 목사가 되어야 하나님께 봉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장로가 되어 하나님께 헌신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목사가 되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장사도 해 보고, 서점도 차려보고, 민주주의 순회 강사도 해보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진퇴유곡의 상황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께 내 등을 떠밀어 목회를 시작하였다고 여겨진다. 목회를 할 만한 영성이 있는가를 가늠해 보지도 못했고, “아골 골짝 빈들이라도 가겠다.”는 철저한 사명감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영성이라는 것도 어디에 기준이 있는지 모호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요, 자의적 기준을 가지고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 자체가 교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등 떼밀려 목회도 했고, 등 떼밀려 개척도 했으며, 등 떼밀려 산업선교도 했으며, 등 떼밀려 40여 년 동안 “유아세례 120여명, 장년세례 300여명, 결혼주례 100여회, 장례주례 40여회, 부흥회 인도 70여회, 수필집과 설교집, 그리고 시집 등 몇 권의 책을 발간하기도 하면서 목회를 해 온 것이다. 영성도 부족하고, 사명감도 투철하지 못해서 나의 목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제대로 된 목회였는지는 몰라도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보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없이 부족한 목회였지만 하나님께서 도와 주셨기 때문에 큰 허물없이 오늘에 이른 것이라 믿는다. 요즘에 와서 내가 하나님께 등 떼밀려 살아 왔음을 더 절실하게 느끼곤 한다. 하나님이 내 등을 떼밀어 살게 한 인생이기 때문에, 나의 생애를 하나님이 책임져 주시는 것 같기에 말이다. 모아놓은 돈도 없이 은퇴를 하고 나니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이 것 저 것을 시도했었다. 그 때마다 하나님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와주시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믿는 사람을 통해서도 역사하시지마는 어떤 때는 믿지 않는 사람을 통하여 역사하시기도 하신다. 필요할 때마다 바로 준비를 해 주신다는 말이다. 확신하기는 하나님께서 “내 종 백목사가 지금 어려우니 네가 가서 좀 도와주어라”하시는 것 같으니 말이다. 우사를 지을 때도 바로 지척에서 재료를 얻을 수 있었고, 황토방을 지을 때는 황토가 필요한 것을 아시고 신자도 아닌 사람을 보내셔서 황토를 자기 차에 실어다 주지를 않나, 승마장을 하려고 생각했더니 어떤 집사님이 오셔서 “말 한 마리 사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 바로 송금해 주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은퇴를 한 지금 내 삶에 있어 간증꺼리가 더 많은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말한 미국에 간 집사님이 한국으로 나오시면서 뭐가 필요하시면 말씀을 해 달라고 했으나, 모든 것을 날마다 허락하시는 하나님이 내 뒤에 계시니, 아무 것도 필요한 것이 없다는 메일을 보냈다. 다윗이 노래한 대로 여호와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무엇이리요. 여호와는 나의 “로이”시고, 나의 “솰롬”이시며, 나의 “이레”시고, 나의 “닛시”이시며 나의 “임마누엘”이십니다.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