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본능의 허와 실.

백낙원 (2008-11-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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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본능의 허와 실.                                          황우 목사 백낙원. 가을이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저장하듯 사람들도 제각각 겨울나기를 위해 갈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가정도 묵혀놓은 남의 논 빌려 벼농사를 했더니 대풍이 들어 300평에 27포대나 넘게 수확을 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세대는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들어와서 갈무리를 잘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고 있는 세대이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어디다가 묻어 두었는지 몰라서 시간이 지나면 그 도토리가 싹이 나 산을 울창하게 한다지만 인간 사회는 다르다. 그러나 과도한 갈무리 본능 때문에 인간사회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 개의 냉장고도 갖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한 가정에 두세 개의 냉장고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 되어 버렸다. 옛날에는 땅을 파고 김칫독을 묻었지만 이제는 김치냉장고를 들여 놓고 저장을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횟집에 가서 개 먹이를 위해 버리는 고기를 달라고 했더니, 냉장고 정리를 했다면서 우리는 구경도 못한 좋은 고기들을 한 보따리나 주는 것이다. 개보다는 사람이 먹었지만,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리라 여겨진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이다. 아내의 갈무리 본능은 나보다 좀 더 강한 것 같다. 언제 넣어 두었는지도 모를 고기나 음식들이 냉장고에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유통기간이 지나 변하고 벌레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닐까 의심이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저장해둔 봄나물들이랑, 좋다는 약제들, 후일을 위해 자꾸만 저장을 해 보지만 결국 썩혀 버리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지금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기아선상에 놓여 있다. 가까운 우리 이웃인 이북도 심각한 절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분배불균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창고주의 즉 은행이 생기고 부터 이 사회가 불평등 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인간들의 과도한 갈무리 습성은 인간의 삶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이요,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 여긴다. 언젠가 보도를 통해서 보았지만 아파트를 100채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집도 없이 거리에 내몰리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현 이명박 정부도 갈무리 전문가들을 뽑아 강부자 내각을 만들더니 급기야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어 서민대중을 슬프게 하고 있지 않는가. 누가복음 12장에 나오는 부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르시되 한 부자가 그 밭에 소출이 풍성하매 심중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16-21)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인간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위해『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눅 12:24)라고 하셨고,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마 6:11)하라고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이다. 과도한 갈무리 습성을 버리고 적당하게 나누면서 사는 길만이 건강한 인간 공동체를 형성하는 길이라 믿는다.          (2008년 들 겨울 달 열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