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박정철 (2010-07-31 16:07)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전 3:1-3)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를 보내고 있다. 30도가 넘어가면서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침에도 덥고, 점심때는 말할 것도 없고, 저녁때도 덥고, 심지어 밤에 잠을 잘 때까지 덥다. 지난주에는 자다 말다 일어나 앉았다. 목에 땀이 차서이다.   움직임을 최소화한다고 해 보지만 등에 흐르는 땀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올해 들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생각, ‘아, 바다에 한 번 들어갔다 와야겠구나!’ 덥지 않았으면 들지 않았을 그 생각을 붙들고 한 번 시간을 내서 바다에 들어갔다 와야겠다.   참 추웠던 겨울에 새벽 기도를 드리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길게 기도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적이 있다. 너무 추우니까 기도가 잘 안 나온다고 생각하다가 그런 마음을 품은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날씨가 풀리고 기도할 만 해졌지만 그때의 생각이 지금까지 유효한지 모르겠다. 날씨를 따지고 기후만 따지다가 이 여름도 지난겨울 때처럼 훌쩍 지나가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오늘 이 순간의 때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 어느 때라도 이겨낼 수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흐르는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고 있는 이 한 여름 때에 고쳐 잡는다. 다음의 때는 오늘 이 때를 피해간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이겨낸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임을 이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 깨닫게 된다.   삼복더위를 주신 하나님께 괜한 감사가 나온다. 이때가 아니면 끄집어 올릴 수 없는 생각들 감정들 느낌들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이다. 인생을 더 깊이 있게 살아가게 하시기 위해서 가장 무더운 여름날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게 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이다.   양남의 해변가에 피서철을 맞아 떠나온 이들이 낚시대를 바다를 향해 내던지고 있다. 잡혀 올라오는 것은 대부분 보리멸이지만 이때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기쁨을 저들은 누리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