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수훈 선수

박정철 (2009-09-05 15:27)

‘안디옥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으니 곧 바나바와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와 분봉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과 및 사울이라.’(행 13:1)    한 번은 주일 오전 예배를 인도하기에 앞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주일 오전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로서 야구로 말하자면 4번 타자겠다는 것입니다. 8:7의 점수로 리드를 당하고 있는 9회 말 투아웃 만루의 상황에서 마지막 4번 타자로 나서면서 긴장과 흥분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목회자에게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오느라 지치고 힘든 성도들에게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 있도록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홈런을 치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안 되면 안타라도 한 방 터트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래서 온 교회가 승리의 환호성이 울려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새신자가 한 명 등록을 하면 교회에 힘이 납니다. 한 성도가 예배를 드리다가 눈물을 흘릴 때면 온 교회가 함께 은혜를 받습니다. 어린이 찬양단에서 율동을 곁들여 찬송을 인도해 갈 때면 교회가 생동감이 넘쳐납니다. 한 성도가 오랫동안 태신자를 품고 기도하다 전도해서 나오게 될 때면 여간 흥분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모두들 일상의 자리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가 특별히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때에 그 일들로 해서 교회 전체가 힘을 얻고 힘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내 한 사람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자리가 주방 봉사의 자리일 수도 있겠고 안내 위원의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맛있게 정성을 다하는 손길들과 환하게 맞이하는 그 자리에서 오늘 우리는 모두들 한껏 기쁘고 마음껏 즐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항상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직자지만 늘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모세가 장인 이드로의 생각보다 짧을 수 있고, 우리는 누구나 엘리야처럼 때로는 영적 슬럼프에 빠져들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성도들은 교회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다른 이들의 부족을 메워가며 그 날의 수훈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오늘 경기의 수훈 선수가 되어서 모든 이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다 잘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그 날의 수훈 선수는 될 수 있습니다. 모두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러나 한 두 사람만 잘해도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수훈 선수는 누구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