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를 아십니까?

이규헌 (2008-09-30 20:03)

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이 때에 도스라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윈도우즈 엑스피를 지나 비스타가 나오는 시대에 MS-DOS라니 놀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예전의 LP음반을 찾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폐기처분해야 할 구식 컴퓨터를 부활시켜서 MS-DOS를 깔았습니다. 시스템 사양을 잠깐 간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펜티엄 100MHz, 메모리 64MB, 하드 디스크 2.4GB(퀀텀), 40배속 CDROM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도스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와 사운드카드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도스를 지원하는 것이 있어서 꽂았습니다. CDROM 부팅이 지원되지 않아 플로피 디스켓으로 도스 설치 디스크를 만들어 설치하는 일도 제법 힘들었습니다. 잊혀가는 도스 명령어를 더듬거려 가며 입력했더니 작동합니다. 그리고 도스 6.22버전을 설치한 후에 윈도우즈 3.1을 설치했습니다. 모처럼 보는 윈도우즈 3.1의 화면이 생소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요. 저는 1995년에 처음 컴퓨터와 만났습니다. 그때 제 컴퓨터는 161만원이나 했던 세진컴퓨터(486)이었습니다. 그때 도스와 윈도우즈 3.1이 깔려 있었습니다. 도스용 아래아 한글 3.01버전을 설치하였고, 윈도우즈 3.1용으로는 한글 96을 설치했습니다. 과거에 거금을 들여 사놓은 시디가 있어서 그것으로 설치했습니다. 1472(일사천리)라는 워드 프로그램도 있군요. 그것도 정품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참에 설치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부질없는 짓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의미가 있습니다. 조금만 손을 보면 제법 훌륭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요즘에는 고물이라며 멀쩡한 것들을 마구 버리지 않습니까? 인터넷은 할 수 없지만, 음악감상이나 워드작업은 할 수 있습니다. 플로피 디스켓으로 파일을 저장해서 복사하는 것도 오랜만에 해봤습니다. IMS라는 음악파일을 아시는지요? MP3 음악이 나오는 요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풋풋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세팅을 완료하고 나니 엑스피가 깔린 컴퓨터보다 더 애착이 갑니다. 그러고 보면 나와 같은 사람도 버리지 않으시고, 지금도 살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놀랍습니다. 좋은 머리, 좋은 조건, 좋은 기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면 저 말고도 많을텐데요... 고물같은 사람을 버리지 않으시고 주의 종이 되게 하셨네요. 만약 저 컴퓨터가 생명이 있다면 저에게 얼마나 고마워 하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에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요? 우리 주님은 건축자가 버린 모퉁이돌로 머릿돌을 삼으셨다고 하셨던가요? 보잘 것 없는 이들, 작은 이들에게 대한 관심이 그래서 더욱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이 녀석으로 설교 준비도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