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신학.

백낙원 (2007-06-21 20:57)

* 걸레 신학.                                        황우 목사 백낙원. 일본이 낳은 위대한 성인이요 성자인 가가와 도요히꼬[하천풍언(賀川豊彦)] (1888-1960년)선생은 폐결핵으로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전도와 구제와 봉사에 전력을 다한 사람이다. 가가와 선생이 저술한 책만도 170여 가지나 된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더러는 가가와 선생에게는 신학이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신학은 너무도 분명했다. 가가와는 자기의 신앙과 삶의 신학을 한마디로 “밑 닦기”라고 했다. 빈민굴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밑을 닦아 주었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폐결핵환자의 밑을 닦아 주었으며, “오이시”라는 버림받은 아기를 데려다가 기르면서 밑 닦기를 하였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그의 삶 전체가 예수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 그것도 어린 소자들의 밑을 닦아 주는 봉사의 삶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신학이 무엇인가? 신앙과 삶이 바탕이 되지 않는 신학은 공허하기 짝이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그동안 칼 바르트, 에밀 부룬너, 불트만, 쯔윙글리, 어거스틴, 루터 등등의 많은 신학을 접해 왔다. 신의 죽음의 신학까지 말이다. 그 많은 신학들이 우리의 신앙과 한국 교계에 도움을 준 것 보다는 혼란과 분열에 일조했던 과거를 부인하기 어렵지 않는가. 우리는 100년 남짓한 짧은 기독교 역사이지만 “민중(民衆) 신학”, “한(恨)의 신학” “별세(別世)신학”등 많은 신학이 스쳐갔지만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신앙적 삶의 신학은 아니었고 여긴다. 만약 나와 같은 졸부에게도 신학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나는 단호히 나의 신학을 “걸레신학”이라 부르고 싶다. 예수님의 삶과 신학은 한마디로 “걸레 신학”이요, “걸레 신앙”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늘 보좌에서부터 지극히 낮아져 이 우주의 걸레가 되셨다. 인간의 원죄를 비롯한 수많은 죄와 악을 모조리 닦고 닦아 결국 십자가에서 나긋나긋 찢기신 것이 아닌가. 지금부터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이런 정신을 본받으려하여 내가 청주에서 개척을 하고 목회를 할 때 동역 자들을 모아 “걸레 회”를 조직했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신이 아닌지라 죄와 악은 씻지 못한다고 해도 세상의 온갖 부정과 부패, 거짓과 더러움들을 닦는 걸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취지로 말씀 연구와 기도에 전념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 우리 크리스천들이 걸레처럼 낮아지려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누가 나의 발을 씻겨 줄 것인가? 누가 나를 위로해 주며, 누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인가를 찾기만 한다. 크리스천이 된다고 하는 것은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크리스천이 된다고 하는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걸레가 되는 것이다. 그가 과거엔 아무리 아름다운 옷감이나 좋은 비단과 같은 신분이었다고 해도 크리스천이 된 이상 걸레처럼 낮아져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정한 것들을 닦고 닦아야 한다. 그리고 그 걸레가 더러워지면 말씀의 생수에 씻고 성령의 불방망이로 두들겨 정화시켜야 한다. 세상의 죄와 악에 오염되지 않는 진정한 걸레가 되기 위해서는 죄악에 오염되지 않으신 예수님처럼 맑은 혼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걸레처럼 낡아지고 몸이 천 갈레 만 갈레 짖어져도 그 죄와 악에 오염되지 않는 맑은 혼 말이다. 이런 혼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사회를 정화시키기는커녕 자신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세상이 오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주님의 그 티 없이 맑은 혼을 수혈 받아야 하겠다. 또 더러워진 우리의 신혼(身魂)을 주님의 보혈의 샘에 나가 깨끗하게 씻음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라야 우리가 처한 가정과 교회, 그리고 지역사회를 깨끗하게 정화시킬 수 있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이 땅에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화 내지는 성시화가 이뤄지리라 믿는다.                  (2007년 온여름달 열여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