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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의 패러다임 변화와 문화
Ⅰ. 선교의 개념과 제국주의
선교라는 단어의 원래의 의미가 공격적인 뜻을 함축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정반대로, '파견-선교'라는 말은 '보내다'(apostello)에 기원을 두는데, 신적 친교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려는 뜻이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 주셨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려는 것이다” (요한 3, 16-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기독교 선교는 매우 일방적 도식으로 이해되어 왔다. 즉 선교는 다양한 기독교 교회와 교파들이 교인을 확보하려는 조직화되고 제도화된 노력을 의미했고 주로 '전도' 혹은 '복음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선교의 개념은 신학적인 어원에 있어서 지적인 혼동과 감정적인 불확실한 개념들로 뒤덮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선교의 의미는 세상을 위해 세상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기보다는 불신자들을 교회로 불러 모아 열심히 설교를 외치고 성례의 집행으로 선교의 기능을 다한다고 생각하였다. 선교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혼란은 두 세계대전 이후의 비식민지화의 결과로서 첨예화된 것이다. 사실상, 당시 선교의 대상이 되는 자들은 다른 이들이 그들 고유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이용하고자 했던 첫 번째 대상일 따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반응들은 이따금 공격적이며 자아 비판적이었는데 서구 그리스도국가의 붕괴, 탈피 현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것은 지리상의 대 발견 시대로부터 그리스도교 국가는 자신을 하느님의 특권적 창조물로서, 그리고 절대적 계시의 배타적인 소유자로서, 그리고 세상의 정치적 주인으로서, 그리고 세계문명의 창조자로서 과학과 기술의 유일한 생산자로서 간주해 왔던 것이다.
반면에 다른 이들 즉 비서구인들은 대부분 이교도들(pagani), 미개인 혹은 실수나 하는 야만인이며 정치적인 적들로서 간주되어 온 것이다. 인종주의자적 사고가 선교의 개념에 연결되어서 이교(paganisme)에 관한 그러한 역사적 판단을 분리하기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당시 선교의 개념을 인종차별주의(Apartheid)와 선교사 특파원주의에 근거하여 형성된 포교적인 개념이었다.
특히 1610년부터 1848년의 기간을 볼 때 파나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서의 인디언
의 축소현상, 그리고 1665년부터 1742년 사이에는 중국에서 전례논쟁이 있었고, 1842년부터 1887년 사이에는 중국과 16개국 기독교 국가들 사이에 맺어진 22개의 불평등 조약, 그리고 식민지화된 아프리카 지역에서 동원된 강제 노동 등은 바로 인종차별주의에 근거를 둔 선교 방법이었다. 이와 같이 서양으로부터 온 일방통행의 선교가 역사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전의 선교학과 오늘날의 선교학을 비교하여 볼 때 진보적 신학의 영역이던 보수적 신학의 영역이던 괄목할 만한 발전과 변화를 경험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인 틀의 변화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 출신의 저명한 선교학자였던 데이비드 보쉬가 『변화하고 있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라는 저서에서 선교의 근본적인 변화들을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s)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Ⅱ. 문화의 차이와 변화의 선교신학
이런 선교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앞서서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는 문화 이다. 문화가 과연 무엇인가? 역시 기독교 선교는 다양한 문화와 만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화와 선교는 어떤 관계인가? 이러한 질문은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교는 다양한 문화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배우고 대화하면서 복음의 풍부한 통전성을 경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문화가 선교의 현장에서 하나의 폭력으로 또는 일방통행으로 말미암아 하나의 문화우월주의와 문화제국주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모습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윌로우뱅크 보고서에 의하면 과거 서구 교회의 문화우월주의와 문화제국주의적 입장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선교지역의 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각 선교현장의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문화우월주의에 근거한 선교사 중심의 문화적 판단을 중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선교지에 대해 "문화적 감수성"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문화가 지닌 인간의 타락성을 지적하고 토착화 현상과 함께 발생하는 편협한 토착화와 종교 혼합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따라서 문화의 정체성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성경의 규범적 성격과 성경적 내용에 도전하고 대립하는 문화적 내용에 대한 분별과 변혁을 강조한다. 문화변혁을 회심의 차원과 연결하여 언급하면서 회심으로 인한 변혁은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동일하게 일어나야 할 것을 역설한다.
복음주의 선교의 문화관는 선교와 문화의 관계를 비교적 적절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선교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서 선교현장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면보다는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의식하여 평가하고 변혁하는 점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선교사 중심의 선교모형을 따라 문화를 통한 복음의 창조적 인식보다는 문화를 변혁의 대상으로 여기며 토착화의 역기능으로 발생하는 복음의 변질이나 혼합주의를 경계하는 점에 더 예민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복음주의 선교에서 문화에 대한 이해가 과거보다 넓은 관점에서 다루어지지만 아직 선교하는 교회 중심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교현장 문화에 대한 빠른 경계와 판단이 앞서는 것이다.
오늘의 선교현장은 문화적 다양성과 주체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상호적이기 보다 선교사에게 기울어진 인식과 태도는 선교현장의 교회로부터 수용되기 어렵다. 오랜 선교역사를 가진 신생 교회들은 오히려 자신은 변하지 않고 선교사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던 과거의 선교사 중심 선교모형의 역 현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복음과 문화에 대한 통전적 선교에서 볼 때 이전 선교사 중심의 변혁주의 문화관이나 선교현장 중심의 수용적 문화관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서 변혁과 수용의 적절한 관계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복음에 비추어서 문화의 수용과 변혁을 주도하는 주체와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는 것인가의 문제가 가장 민감하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에큐메니칼 선교는 선교해석학적 관점에서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은 제5차 나이로비 총회(1975)와 6차 밴쿠버 총회(1983)에서 문화의 문제를 다루었고, 1996년 살바도르에서 개최된 세계선교대회에서 이 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문화에 대한 에큐메니칼 선교의 신학적 입장은 대부분 복음주의 신학과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이라면 문화에 대한 신학적 평가에서 복음주의 선교는 부정적 경향을 경계하는 면에 치우쳐 너무 빠른 판단을 하는 반면, 에큐메니칼 선교는 문화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에큐메니칼 정신은 "다양성 속에 일치"(unity in diversity)를 추구하며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연대적 관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에큐메니칼 정신의 과제는 "낯선 경험을 수용"하는 데 있다. 에큐메니칼 경험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전통을 가진 교회들이 새로운 친교공동체 일뿐만 아니라 상호 배움의 공동체, 해석학적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본다. 에큐메니칼 선교에서 볼 때 문화는 단지 복음이 정착하는 과정에 그것에 의해 해석되고 변혁되는 대상만이 아니라, 복음을 각각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선교를 일방적 파송이 아닌 상호 배움과 변혁의 새로운 구조로 경험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교회들은 각기 다른 형태와 전통을 가진 교회로 형성된다.
여기에서 역사적으로 선교에 있어서 문화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볼 수 있다. 문화를 변혁의 대상으로 여기는 입장이 있는가 하며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가 변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대화의 파트너로 여기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반된 입장에서 선교학적 측면에서 어느 입장이 타당성이 있는 것인가? 문화의 차이와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보자. 문화의 다양성은 다양성 자체로 인정한다면 새로운 문화의 창출을 기대할 수 없지만 문화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교섭의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탈식민주의 논의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탈식민주의 에서는 문화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이러한 문제를 탈식민주의 학자인 호마 바바를 통하여 문화의 선교학적 가능성을 접근해 보자. 구조주의 이론에서는 문화적 차이는 문화적 정체성 형성 체계들의 구성에 상응하는 인식할 수 있고 신뢰할 만한 문화적 언표작용의 과정을 본다. 문화적 차이는 일종의 의미작용의 과정이며, 그 의미작용을 통해 문화의 진술들의 힘의 장∙참조관계∙적용성∙수용력을 차이화하고 구별하며 권한을 부여한다. 언표작용적 과정은 문화적 동일화의 수행적 현재 속에 어떤 분열을 틈입시킨다. 그 분열은 전통적인 문화주의적 요구와 새로운 문화적 요구의 불확실성 사이의 분열이다. 문화적 차이가 분절되는 언표작용의 제3의 공간은 전이와 교섭의 첨예한 가장자리이며 사이에 낀 공간으로써 그 공간은 민족적이면서 반민족주의적인 국민의 역사를 구성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호미 바바는 중간자의 이치, 양가적인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바는 주변적인 존재(unhomed beings)들의 경험은 중심의 견고함을 변형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았고, 중간자들의 의미는 그들이 견고한 이항대립-가진 자와 못가진 자, 중심과 주변, 주체와 객체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easing the rigidity of binary opposition) 매개 항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틈새 영역’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이와 같은 새로움에 대하여, 바바는 “그것은 문화적 전이(cultural translation)이라는 모반을 꾀하는 (insurgent)행위로서 새로움(the new)에 대한 감수성을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문화적 전이에 의한 새로움을 창조하는 데에 키워드가 되는 것은 바로‘상호, inter'이라는 기호이다.
호미 바바는 영국에서 교육받은 인도계 이론가로 문화의 위치(location)· 차이(difference)· 모방(mimicry) 등의 개념을 통해 식민의 상황을 이론화한다. 그는 특히 주변이나 변방·경계(marginality·liminality)의 문제가 식민주의나 모더니티 등의 개념을 통해서 텍스트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데, 주변은 주체의 정체성과 타자와의 차이/차별이 집결되고 구성되는 공간이자 이론의 출발점으로 존재한다. 호미 바바는 차별적 의미에서의 문화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문화가 각기 특정한 조건하에서 위치 지워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구체적 조건의 이해가 항상 선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탈식민주의 주체는 대개 '과거에 대한 낭만적 숭배'나 '부정적 차이의 인식으로 인한 비하'라는 두 개의 범주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라고 바바는 주장한다. 이러한 주체에 관한 인식은 그가 자신의 학문적 선배로 삼고 있는 알제리의 프란츠 파농의 논의를 적극 수용한 것으로 파농과 바바의 말처럼 식민주체는 지나친 민족중심의 논리로 낭만적 과거의 향수에 빠져서도,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타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괴리시키는 자세를 취해서도 안 되며, 이 두 가지에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정체성은 타자와의 차이와 마주하는 표현 공간을 구획하는 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라는 바바의 규정이 바람직한 의미가 될 것이다.
호미 바바는 식민주의, 즉 차별적 공간과 그 속에서의 주체의 형성을 살펴보는 과정 자체의 '복합성과 불투명성'이 담론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주장하면서, 식민주의 연구에서 '애매함'이라는 본성을 '명확함'이라는 토론의 전형적 구조로 바꾸려고 시도할 때 이미 그 논리의 의미에서 벗어나게 됨을 강조한다. 따라서 호미 바바를 비롯한 식민주의 이론가들은 주체의 구성과 차이를 구체화하는 담론을 끊임없는 복합적 변화로 규정하고 그것의 성격을 양면성·불투명성·애매함 등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려 한다.
문화적 차이는 집단적 총체로 구체화되어 가는 행위 속에서 자기로 돌아온 소수계 정체성의 산물이다. 무엇보다도 호미 바바의 이론 중 '모방(Mimicry)'는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문화 접촉 내지는 소위 영향관계에 대한 과거의 단순한 논리를 새롭게 전복하고 있다. 그는 '모방'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모방은 식민 논리의 권력과 지식을 논할 때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논제이며, 이것은 변화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자 차이의 주체로서 타자에 대한 인식 과정이다.
연세대 방영상교수가 지적하듯이 문화의 차이는 선교신학의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우리는 선교신학을 말할 때 문화의 차이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문화의 다양성만을 인정할 때는 교섭의 가능성이 닫혀있다. 문화의 다양성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고정된 실체이다. 따라서 선교에 있어서 문화의 차이는 문화와 문화 사이에 서로의 교섭이 가능 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비록 제3의 공간이 예매하고 모호하다고 할지라도 지배하지 않고 대화 가능한 공간은 선교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성서는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사도행전 15장은 문화의 차이를 통해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새롭게 이해하며 다양한 전통을 형성하는가를 분명하게 증거하고 있다. 유대문화권에 속한 예루살렘 공동체에게는 모세의 전통과 할례를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구원에 필수적 조건으로 남아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새로운 신앙공동체와 유대공동체 사이의 본질적 차이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헬라 문화권에 속한 안디옥 교회는 출발부터 다른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모세의 전통과 할례가 구원에 필수적 요건이 아님을 알았다. 이러한 차이점은 당시에 복음이해에 관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으나, 두 교회는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예수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공동체임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전통을 존중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두 교회는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한층 성숙한 발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선교는 일방적 파송이 아니라 상호 대화와 변혁의 과정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는 선교현장에 복음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복음의 새로운 해석으로 인해 자신도 배움을 경험하게 된다.(사도행전 10장) 그러나 문화의 해석학적 기능에 주목하여 다양한 기독교 경험과 전통을 인정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역 기능 현상이다. 즉 복음이 새로운 문화에 전달될 때 새로운 이해의 지평이 열리지만 동시에 복음을 제한하고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에 대하여 스위스 선교학자 콜레(W. Kohler)는 문화의 해석학적 기능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하여 정확하게 지적하였다. 우리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복음이 새로운 문화를 만날 때 문화의 정체성을 조명하며 실체를 드러나게 한다. -복음의 해석학적 기능
그것을 복음이 문화를 수용하여 토착화하거나 혹은 문화의 잘못된 내용들을 변혁한다. 둘째 복음이 문화를 만날 때 선교사의 교회에서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이해를 얻는다. -문화의 해석학적 기능 셋째 이러한 현상으로 복음과 문화는 서로에게 해석학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수용과 변혁의 경험을 함께 한다. -상호문화적 해석학 여기에서 문화의 선한 부분과 악한 부분을 구분하며 결정하는 규범은 물론 성서에서 찾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성서이해가 문화적 해석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교회의 경험과 전통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기준은 교회간에 코이노니아를 통해 함께 세워가는 하나의 해석학적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에큐메니칼 해석학은 교회를 해석학적 공동체로 인식한다.
2000여년의 전통 속에서 우리에게 전달해준 많은 교회의 경험과 유산을 기준으로 하며, 또한 동시대에 살고 있는 전 세계 교회들의 경험과 인식과 전통을 소중히 여겨 지속적인 대화에 의한 공동의 합의를 모색해가야 한다. 에큐메니칼 선교에서 보면, 시대와 상황을 꿰뚫어 가는 교회의 "하나의 전통"(Tradition)은 "많은 전통들"(traditions)을 통해서 전달되며, 반대로 많은 전통들은 한 전통의 특수한 형태와 현현들이다.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그리스도교회의 일치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선교는 각 전통에 속한 교회들의 상호 수용적 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하며, 이것은 다른 사람의 변화와 나 자신의 변화가 함께 발생하는 것임을 가르친다.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서 볼 때 통전적 선교는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교회들 간에 상호 배움과 변혁의 경험을 설명하는 상호문화적 해석학적 인식에서 실천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선교학에서 중요하게 공헌한 문화인류학측면에서 문화를 어떻게 접근하는 가를 고찰해 보자.
Ⅲ. 선교학적 문화인류학(Missiological Anthropology)
서구 계몽주의의 바탕 위에 세워진 서구 선교운동은 다음의 몇 가지 특색을 나타낸다. 첫째, 19세기 서구의 선교운동은 전 세계 교회의 서구화를 초래했다. 많은 선교사들이 서구문명의 우월성을 받아들였고, 선교의 목적을 선교지 국가의 기독교화와 더불어 서구 문명화와 상업화로 보았다. 둘째, 19세기 서구 선교운동은 계몽주의 영향 하에 자연과 초자연을 분리했다. 서구의 과학문명은 이성을 기초로 하여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비 서구의 물활론(animism)이나 샤머니즘(shamanism)에 기초한 주술적인 종교들은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배척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종교들은 성경적인 입장에서 심각하게 연구되거나 다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하로 숨어들어 사람들의 의식을 계속하여 지배하고 다양한 “혼합주의”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셋째, 위의 두 번째 성향은 기독교 선교가 비기독교 세계를 세속화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문화진화론에 대해 반대하는 인류학적 견해들이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서 나타났는데, 그 하나는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에 의해서 시작된 사화과학의 영향을 받아 영국에서 일어난 구조적 기능주의(structural functionalism)이다. 인류학에 있어서 구조적 기능주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는 타문화를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위하여 인류학자들에게 현장연구(fieldwork)가 반드시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문화진화론의 입장과는 반대로 현장연구와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을 통하여 사회인류학자들은 타문화권의 사회를 그들만의 유일하고 고유한 "형평과 기능"(unique balance and function)을 유지하는 사회로 보았다. 따라서 사회인류학(social anthropology)11)인 구조적 기능주의의 입장에서 볼 때, 타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초문화적인 기준이나 보편적인 잣대가 있을 수 없으며, 자문화적인 입장에서 타문화를 평가하는 것은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이며 제국주의(imperialism)로 간주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 10장의 베드로의 환상과 고넬료(Corneilus)의 회심사건 주제들을 살펴볼 때, 복음과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성경의 사건을 볼 때, 하나님은 어느 특정한 문화나 종족을 선호하시는 분이 아니라, 모든 문화와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개입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베드로가 고넬료와 그 가족들을 그리스도 안의 신앙으로 인도하기 전에 그는 영적인 회심만큼 중요한 문화적인 회심(cultural conversion)을 체험해야만 했다. 즉, 하나님께서 베드로를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고백으로 인도하셨듯이, 문화적인 회심의 고백으로 그를 이끄시기 위한 환상을 보여 주셨다. 베드로의 고백인, “베드로가 입을 열어 가로되 내가 참으로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취하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행 9:43-45)라는 고백에서 우리는 선교에 있어서 문화적인 회심의 중요성을 잘 깨달을 수 있다.
이 밖에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인류학에 대한 연구와 인류학적인 훈련의 중요성과 공헌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철학이나 심리학이 “인간의 사고나 그 사고의 유형”을 다루는데 반하여, 행동과학으로서 인류학은 인간이 그들의 사고를 어떻게 실제적으로 행위로 옮기는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따라서 인류학은 인간의 삶과 전통들에 대하여 분석하고 묘사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인류학은 타문화권에서 그리스도를 전파하기 위한 인간의 행위와 신념들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써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인류학은 하나의 도구이다. 그러나 인류학은 타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분석을 제공하므로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타문화에 대한 편견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둘째, 근대 기독교 선교는 서구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의 학문적인 배경이나 태도 등은 모두 서구적인 인식론(epistemology)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구 선교는 “문명화”나 “서구화”와 동일시되곤 하였다. 이러한 서구적인 편견과 문화 우월적인 사고나 태도들이 비서구 세계에 유입될 때, 비서구 문화는 무시되거나 멸시되거나 파괴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인류학은 6,000개 이상의 세계의 문화를 다루어온 학문이다. 인류학의 효과적인 연구는 통하여 현대 선교는 서구중심에서 비서구 중심으로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고, 비서구 세계의 선교의 인적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훈련하며 파송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류학의 선교학에 대한 공헌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문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고 폭넓게 제공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문화는 인간의 삶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실체이다. 생물학적 진화론자들이나 문화진화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적/생물학적 요소나 주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인류학은 이 두 가지를 다 중요하게 취급하며, 동시에 문화의 중요성에 대하여 직시하고 문화를 연구한다. 문화는 인간이 주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모든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의식주나 기타 모든 행위들은 “문화의 패턴”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화는 습득되고(acquired), 학습되고(learned) 한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다(shared).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인류학자들은 문화에 우열을 두지 않고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의 입장을 취한다.
Ⅵ. 선교문화인류학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선교학에 가장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변화되어진 것이었다.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선교문화인류학이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다루는 문화인류학은 학문 중 실제 가장 역사가 짧은 학문 중의 하나로서 이제 약 15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대단한 것으로서 이는 선교학의 패러다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를 대략적으로 세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자문화중심적 패러다임이라고 이름을 붙여보겠다. 이는 초기 문화이해에 근거한 진화주의, 발전주의, 혹은 전파주의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비기독교권의 문화에 대한 적대감과 서구 기독교문화의 우월감에 근거한 것이다. 서구 문화를 기독교적 문화의 정수(精髓)내지는 기준으로 보고 비기독교권의 문화를 평가하고 교정하려는 접근이었다. 이들은 비기독교권의 문화는 변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만 보았지 이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더 나아가서 이 문화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제시하여 보려는 시도는 용납되어질 수 없었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발전함에 따라서 이러한 자문화중심적 패러다임은 서구문화를 중심으로 문화를 너무나 단순히 보는 환원주의적 경향으로서 판명되어지고 이제는 선교 분야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이에 대한 변화로 문화수용적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졌다. 선교문화인류학 초기의 대표적 학자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루이스 루즈베탁이라든지 개신교회의 챨스 크레프트와 같은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러한 패러다임에 근거하여서 선교학을 제시하였다. 복음주의 진영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1978년의 윌로우뱅크 회의 보고서는 이러한 패러다임에 근거했다고 하겠다.
이는 일반문화인류학의 기능주의나 구조주의 이론에 근거하였다. 이는 문화에 대한 낙관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전의 복음주의 진영이 비기독교권의 문화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 접근을 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지만 일부분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 접근을 한 것이 이 패러다임의 약점이다. 특히 기능주의적 영향은 선교를 타문화권에서의 단순한 기독교 개념의 기능적 대체로 이해하게 하는 성향이 있고 이는 영적 역동성을 무시하는 문제가 있다. 이 패러다임은 문화에 대한 복음주의적 견해를 넓혀주는 큰 공헌을 하였지만 좀 더 심각한 도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제시되어지기 시작한 것은 메타문화적 패러다임이다. 이도 역시 시작단계의 패러다임인데 메타문화적 접근이란 다양한 문화간의 대화를 통해 다양성에 중심과 한계성을 부여하여서 다원주의를 다루어 보려는 시도이다. 초문화적 패러다임이라고 일부 번역하기도 하지만 초문화는 잘못하면 문화를 초월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주므로 필자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명칭이다. 메타문화주의란 문화를 벗어나는 것보다는 이중문화권 혹은 그 보다 많은 다중문화권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느 한 특정 문화에 매이지 않은 관점에서 문화를 대하는 입장을 가리킨다. 이러한 접근은 선교의 면에서 많은 유리한 관점을 제공한다.즉 서구와 비서구를 포함하는 전세계의 교회들이 해석학적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해주며 이는 '범문화적 선교학'을 형성하기 위한 주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20세기 기독교 선교에서 일어난 가장 주목할 변화 중의 하나는 기독교 구심점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즉 오랫동안 서구 백인 중심의 교회에서 이제는 비서구 지역에 더 많은 교회와 더 많은 교인이 있는 상태로 변화되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서 선교에 있어서도 서구에서 비서구로, 백인에서 유색인종으로,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지던 선교 형태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실제 1960년대 이후로 선교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이다.
Ⅴ. 선교신학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제국주의적 식민통치가 종식되어지는 1945년을 기준으로 하여서 근본적인 선교신학의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전의 선교신학은 철저하게 서구 중심적인 입장에서 복음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백인에게서 유색인종으로, 경제적인 부국에서 빈국으로 전파되어지는 개념을 근거로 형성되어졌다. 서구 식민통치의 등에 업혀서 이루어진 19세기 서구선교 활동은 실천적인 영역에서는 각 대륙의 구석구석까지 복음의 빛을 전하는 불후의 공적을 남겼지만 신학적인 면에서는 서구 중심의 편향된 신학을 형성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에큐메니칼 그룹을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어지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로잔대회 이후로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이후로 복음주의 내에서는 세 가지 형태의 새로운 선교신학적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다. 하나는 서구중심의 선교활동을 교정하고 조명하여 보기 위해서 성경적 패턴을 새로이 연구하는 움직임이었다. 지상 위임명령에 대한 죤 스토트의 연구라든지 마일클 그린 등이 이러한 흐름에 속하였다. 이 결과 로쟌 언약 등에 의해서 고전적 선교 개념 이해로부터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좀더 강조하는 새로운 선교 이해가 제시되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서구 제국주의적 의도가 심각하게 내포되어있는 선교 활동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재해석 해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순수한 선교적 활동을 이런 관점의 역사로부터 분리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막스 워렌이라든지 스트븐 니일 등의 연구가 이런 작업에 중요한 진보를 이루었다. 세 번째는 서구 교회가 제2/3세계 교회들과 동반자 관계를 이루면서 창의적으로 선교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연구 등이다.이 시기에 이런 배경에서 나타난 선교학의 새로운 경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황화의 개념이었다. 상황화는 선교신학에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서구로부터 수입되어진 선교신학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근거로 하여서 내부자적 관점을 강조하는 새로운 선교신학의 수립이 시작되어진 것이다. 물론 복음주의는 성경의 절대성과 초문화적 영역을 인정하는 신학적 위치를 고수하였기 때문에 상황화에서 에큐니칼 그룹처럼 획기적인 새로운 신학 체계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새로운 신학적 접근은 선교신학의 영역에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었다. 점차 상황화는 다양한 문화에서의 내부자적 관점을 강조하였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않게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양자의 타당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범문화적 선교학' 혹은 '범세계적 선교학'(Global Missiology)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향하고 있다. 이는 서구적 선교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2/3세계에 국한된 선교학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선교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아직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초기에 불과하지만 점차 이런 방향으로의 선교신학의 변화가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동안 “선교”라는 용어는 그 용어를 사용하는 신학자들의 성향이나 혹은 선교단체들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하게 쓰여 졌다. 따라서 “선교"라는 개념의 사용은 긍정적이며 부정적인 면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 용어 사용의 부정적인 결과들 중에 하나는 선교를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경향에서 볼 수 있다. 스티븐 닐(Stephen Neill)은 선교라는 용어의 남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경고하였다. "만일 모든 것이 선교라면, 선교는 없다." 또한 선교를 너무 협소한 의미(one-sidedness and reductionism)에서 정의한다면, 우리는 선교의 통전적인 차원들(holistic dimensions)을 무시하는 결과를 자초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데이비드 보쉬는 선교에 대하여 정의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교에 대한 정의는 계속적으로 선별하고, 시험하고, 공식화하고, 가려내는 과정이다. 변혁하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의 의미는 실제를 변혁시키는 활동으로서 이해되며, 선교 자체가 변혁되어지기 위한 지속적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따라서 선교는 그 성경적인 기원과 본질에 대하여 충실하기 위하여 다양한 측면들을 포함(multidimensional mission)해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 선교는 암시하는 바가 크다 '하나님의 선교' 는 비기독교 세계에 대한 '기독교왕국의 선교' 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선교'는 수 백년 동안의 서구인, 서구문화, 서구기독교 중심의 선교와 서구 문화적 우월성과 교만을 바탕으로 한 서구 문화 중심적, 식민주의적 선교관을 거부하는 표현이다. 이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서구 식민주의 시대에 나온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된 후에 나온 선교 신학적 개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선교' 는 2차 세계 대전 후 서구 교회가 재난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다시 한 번 새롭게 선교를 시작하려는 몸부림 가운데 얻은 값진 회개와 결단의 고백이다. 아울러 '하나님의 선교' 는 교회의 선교와 동일시될 수 없으며,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 될 수 없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V. 나가는 말
지금까지 선교학의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때로는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선교의 역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았고 또한 문화 제국주의 왜곡된 선교에 대해 언급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은 선교학의 패러다임이 끊임없이 변화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증인”(Prove)이라고 하는 선교학의 과제를 설정하여 단지 선교학이 확정되고 고정된 복음, 즉 예수 그리스도만 전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교의 개념이 확대되었고 그리하여 보다 더 포괄적인 선교의 개념이 수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선교는 증거, 봉사, 정의, 치료, 화해, 해방, 평화, 복음, 교제, 교회건설, 상황화등 이와 관계된 다면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선교의 개념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선교의 개념이 끊임없는 탐험의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선교신학이 본회퍼가 지적 했듯이 기독교 선교가 “이기적인 전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교신학은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고 입증, 관찰, 보고, 해석과 비판적 평가를 하는 신학이 뿐만 아니라 말씀을 통하여 신학적인 새로운 상상의 길을 탐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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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식 (2007-09-04 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