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은 못 보내겠다.

박정철 (2008-12-13 13:47)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라.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 5:15-18)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은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내게 묻는다. ‘너 한 해 어떻게 살아왔니?’ 새해 벽두에 ‘어떻게 살아갈거니?’ 묻던 그 달력은 이제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냥 묻고 있을 뿐인데 내겐 다그치듯 다가온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묻기도 전에 ‘나 오늘 90점, 100점을 맞았다’고 큰 소리 치듯 해야 되는데 난 그러지를 못한다. 그렇게 좋은 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격지심에 내 스스로 괜히 의기소침해진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내 나이 마흔이 되면 정말 잘해야지’ 했던 지난날의 각오가 새삼 부끄럽게 다가오는 날이다.    12월도 훌쩍 2주가 지나가 버렸다. 이제 정말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한 해를 그냥은 못 보내겠다. 뭐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할 성 싶어 이것저것을 생각해 본다. ‘뭘 해야 좋을까?’ 내 마음이나 편하자고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오늘 새벽은 연로하신 분들을 위해서 기도를 많이 드렸다. 그리고 목회자라고 어려운 기도를 부탁해 오신 분들을 기억하며 기도 드렸다. 그랬더니 한결 내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또 남은 이 하루를 무엇으로 내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을까? 12월의 마지막을, 2008년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야만 할까?    ‘나는 녹이 쓸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 없어지기를 원하노라’ 18세기 미국 부흥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휫필드의 말이다. 저의 힘 있는 삶이 글 한 줄을 낳은 것이겠지.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성령의 기름 부으심의 역사를 소망해 본다. 성령께서 나를 주장해 가시지 않으면 난 계속해서 게으를 것이고, 그 게으름 속에서 내 위안이나 삼는 일들만 몇 몇 개 하다가 그냥 세월을 흘러 보내고 말 것이다.    이 대림절 기다림의 절기에, 주님의 다시 오심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