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이시네요

조영식 (2008-10-17 16:03)

“기장이시네요?” 김병태집사님 문병을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각자 메뉴를 정하고 주문을 하고나서 박장로님이 계산을 하려고 돈 봉투를 꺼내는데, 계산대에 있는 아가씨가 “어 기장이시네요?”그러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봉투에 ‘기독교장로회’라는 글씨를 보고 기장교단을 알아본 것이다. 알아봐주니 반갑고 고마워 “기장교회에 다니나봐요?” 했더니 그렇단다. 장로님이 이분이 목사님이라고 나를 가리켰고, 그 아가씨는 반갑다고 껌을 한 통 선물로 주었다. 일하는 직원이라서 껌 한통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인데, 아마 나중에 자기 돈으로 계산할 요량으로 인심을 쓴 것이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모두가 껌을 나누어 씹으면서 다시 그 아가씨를 생각했다. 웃으면서 기장이라고 반갑게 맞아주고 껌을 선물로 준 그 아가씨는 우리 기장교단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분일 것이다. 아마 교회를 사랑하고 목회자를 존경하는 신실한 청년일 것이다. 그러니 기장이라는 표시만 보고도 반가워하고 인심을 쓴 것이다. 나 또한 우리 기장교단을 사랑하기에 기장을 사랑하는 그 자매가 생각났고 속으로 복을 빌어 주었다. 나는 기장교단에 속해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기장에서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된 것에 감사한다. 자기가 속한 곳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나도 그 당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장은 바리새적인 율법주의, 교권주의를 거부하고 신학과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표방하며 탄생하였다. 지금까지 기장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예언자적인 역할을 감당했는데, 그 가운데 많은 고난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군사정권, 독재에 대항하다가 의문사를 당하기도 하고, 감옥에도 가고, 매도 맞았다. 그래도 기장은 하나로 뭉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귀한 사명을 감당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 개혁과 민주화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기장을 화살촉으로 비유한다. 그 이유는 작지만 사회와 민족의 향도로 예리한 판단과 비판력으로 정의를 바로 세우며, 고난의 길이지만 교권과 율법주의, 물질주의에 물든 교회와 민족 앞에 예언자적인 사명으로 비판자의 역할을 감당한다는 고백적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까지 기장은 김재준, 송창근, 장준하, 강원용, 문익환과 같은 굵직한 인물을 배출하였고, 일찍이 창조질서의 보존(환경)과 통일, 민주화, 인권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정립하여 교회 교육에 적용함으로 진보적인 교단이란 이름을 얻었던 것이다. 기장은 작지만 큰 교단이다. 무엇보다 물질과 힘을 강조하는 시대에 대항하여 신앙양심과 올바른 교회의 모습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교단이다. 이런 교단에 속한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 자랑스러움이 휴게소 판매대에서 기장이라고 반가워하는 그 자매의 마음에 있었고, 그 자매가 준 껌을 씹는 나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2008.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