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뒷바퀴...

이규헌 (2008-05-20 17:44)

올해 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있습니다. 지난 주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마을 일대를 다니던 아이가 자전거를 끌고 집에 왔습니다. "자전거를 왜 끌고 와? 타고 와야지." "저기..." 아이는 뒷바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바퀴가 너무 닳아 아예 찢어져서 펑크가 난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이 올 것을 예상하고 지난 주중에 아는 자전거점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장께서 바퀴는 계속 탈 수 있다며, 여기 저기 청소만 하고 그냥 가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못내 찜짐했지만,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일 오후에 예상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제 오후에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는 자전거 언제 수리해 줄 것인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아빠가 바쁘고 피곤하니까(월요일에 대회를 앞두고 축구연습을 했습니다.) 내일 고쳐줄게.." "알았어. 아빠~~!" 오늘 아침에 아이의 자전거를 차에 싣고 선산의 자전거점으로 갔습니다. 지난 번에 갔던 그곳과는 다른 곳입니다. 바퀴를 보시더니 다 바꾸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래 자전거에 있는 바퀴는 하늘색 멋진 바퀴였는데, 새로 바꾸게 될 바퀴는 검은색에다 별 모양 없는 밋밋한 바퀴였습니다. 수리용으로 나오는 바퀴는 자전거에 달린 것과 같은 바퀴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아저씨의 말대로 바꾸었습니다. 앞바퀴는 하늘색 멋진 바퀴, 뒷바퀴는 검은색 밋밋한 바퀴... 아무리 오래된 자전거이지만, 그냥 보아주기에는 너무 이상했습니다. 도무지 예뻐보이지 않는 자전거 뒷바퀴 때문에 걱정이 좀 됐습니다. 오후 3시 50분! 아이가 학교 마치고 피아노학원 갔다가 오는 시간입니다. 학원차에서 내리는 아이에게 자전거 고쳐놨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우아~~"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던져 놓고 자전거로 다가갑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바퀴 모양과 색깔이 많이 다른데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전혀 문제 없다는 듯이 자전거를 끌고 밖에 나가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자전거를 세우는 아이를 보며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어때?" "아빠! 정말 잘 나간다.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 자전거를 고치며 걱정을 했는데, 아이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른은 모양을 보았지만, 아이는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보았던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바퀴가 왜 이러냐고 투정을 부릴만도 했지만, 그냥 무사히 넘어가 주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최상의 삶을 나에게 주셨는데, 나는 "이건 나와 도무지 맞지 않아요." 하며 투정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처럼 그저 주어진 현실을 기쁨으로 알고 만족하며 살 수는 없는지... 언젠가 어느 신문의 연재만화였던 "광수생각"의 한 단편이 생각납니다. 아이 때는 총천연색 꿈을 꾸었지만, 어른은 흑백사진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 아이들의 화사한 삶의 빛깔을 되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