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라.

백낙원 (2008-04-27 17:05)

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라.                                                황우 목사 백낙원. 오래 전부터 나는 후배 목사님들에게 당부해온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미리미리 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목사님들이 귓전으로 흘려버리는 것 같았다. 지금 바빠서 눈코 뜰 새 없는 데 노는 법을 배우라니 노망난 늙은이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노인의 씨가 따로 있는 것 아니라는 말과 같이 따지고 보면 그리 많은 날이 남은 것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목회를 하는 중에도 혼자 노는 법을 익히려 애를 썼다. 예를 들면 모든 운동이나 게임 같은 것은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 상대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니 친구가 그만큼 줄어들었고, 그 남은 친구들도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거나 소식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때는 복싱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상대에게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아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다른 축구나 테니스 같은 운동도 해 보았지만 상대가 있어야 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생각다 못하여 혼자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수석을 시작했다. 참 좋은 취미활동 중 하나이다. 공기 좋은 산야로 나가 탐석을 하니 적당한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그저 그만이었다. 그러나 수석은 생명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내 싫증이 나고 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생명이 있는 분재를 시작했다. 이 또한 좋은 취미생활이다. 특히 목회를 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취미활동이다. 제가 목회를 한 교회마다 주일날 따로 돈을 들여 꽃꽂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뿌리도 없는 꽃 보다는 뿌리가 있어 살아있는 분재를 강단에 올리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리고 큰 분재들을 들 만지고 물을 주고 관리하는 것은 건강에도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으로 서예(書藝)를 하고 서각(書刻)을 해 보기도 했다. 시간이 무료할 때 모든 잡념을 잊고 서예나 서각에 몰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다음 낚시이다. 낚시를 갈 때에도 여럿이 함께 가서 법석을 떠는 것 보다 혼자 조용히 앉아서 세월을 낚고 명상에 잠기는 것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도 약간의 취미생활로 겸하고 있지만 사진을 해 보았다. 돈이 좀 드는 일이긴 하나 옛 추억의 편린들을 건질 수 있어 좋은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혼자 등산을 하고 농사도 조금 짓고 소를 너 댓 마리 키우고 염소나 칠면조 같은 다른 짐승들도 돌보고 있지만 또 다른 취미활동을 하고 싶어, 아내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나는 승마(乘馬)를 시작했다. 내 나이 일흔을 넘겼지만 앞으로 평균수명을 산다하더라도 10여년은 남았지 않은가. 무료하게 노인정에 앉아 고스톱이나 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늙었다는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제 열 번 남짓 말을 타 보았지만 여간 좋은 운동이 아니다. 승마가 내 힘에 버거워 몸살을 하긴 했지만 언젠가는 말 두어 마리 구입하여 아내와 함께 외승을 다니면서 건강을 지킬 생각이다. 지금 목회를 하는 동역 자님들이 이 글을 읽으면 사치스런 말이라고 핀잔을 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부지런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취미활동들이라 믿는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은퇴를 하신 다른 목사님들을 보면 아파트 생활이 감옥생활과 같다고 하시면서 백 목사님은 그야말로 낙원에 산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어 보곤 한다.  “앗뿔쌍! 늦었구나.” 하는 말처럼 비참한 말도 없으리라 여기면서, 더 늦기 전에 혼자 노는 법을 익혀 두어 노년에 외로워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샬롬.             (2008년 잎 새 달 스무엿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