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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가 더 좋은 사람’
박정철 (2015-12-26 11:21)
  ‘이 말을 한 후 무릎을 꿇고 그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니 다 크게 울며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추고 다시 그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한 말로 말미암아 더욱 근심하고 배에까지 그를 전송하니라’(행 20:36-38)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어떤 지인이 예전에 잠시 다녀간 적이 있다. 호기심을 보이는 집사람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 중에 하는 이야기다. “사람을 찍을 때에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찍을 때가 더 멋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찍어봤더니 색다른 맛이 나고 여운이 감돈다.
  송년주일이다. 숨 가쁘게 지내온 날들의 마지막에 서 있다.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날 앞에 마주서게 된 심정은 언제나 묘하다. 작년, 그 작년, 그 작년의 작년에도 이런 심정이었는데,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이러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 앞에 문득 서게 되는 것이겠지.
  그러면 그때 가지게 될 생각들은 어떤 것일까. 더 이상 살아갈 날들이 없어지게 된 그 때에, 더 이상 후회해도 소용없는 날이 되어졌을 그때에, 더 이상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도 사라지게 된 그때에 난 어떤 모습으로 있게 될까. 가족들은 그때에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며,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난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그리고 하나님에게는?
  참 웃기다. 어린 날에는 마냥 좋기만 했었고, 청소년 때에는 꿈 이야기도 많았고, 청년의 기백과 기상으로 밤을 지새우던 때도 많았었는데, 이제는 내게서도 마지막을 논하는 자리까지 와버렸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젊을 줄 알았더냐.” “너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되니 말이다.
  이제 어떻게 나이가 들어갈까.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일까. 귀밑머리부터 피어나고 있는 흰머리에 걸 맞는 나이 값을 하게 될까. 이마와 눈가에 내려앉은 주름에 걸맞게 주어진 자리에서 주름 값을 하게 될까.
끝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끝을 잘 맺어야 한다고 한다. 2015년 송년주일이다. 이 날을 보내면서 마지막 그때를 잘 준비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뒤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때를 더 정직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가꿔갔으면 좋겠다. 누구나 내 뒷모습을 보면서 지긋이 축복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괜한 생각을 해 본다. 내 영정 사진에 앞모습만이 아니라 뒷모습까지 놓게 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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