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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
박정철 (2015-11-14 13:08)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1,12)

  늦가을 단풍이 불타고서는 번지고 있다. 이 양남에서도 풍성한 가을을 가져가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이 자리에서 물들여가는 가을로 부푼 마음을 선물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참으로 크다. 곱디곱게 물들여 가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신 것을 늦가을 단풍들이 속삭여준다. “너도 이 양남에서 이렇게 물들어야지.” 하고 말이다.
  지난 목요일, 은행을 곱게 까서는 삶아서 가져다주시는 집사님이 계신다. ‘그 많은 것들을 까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꼬?’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감사를 드렸다. 또 얼마 있자니 한 권사님께서 양배추와 호박 3개를 가져다주신다. 젓갈에 고추를 썰어 넣고서는 간장을 만들어 삶은 양배추를 찍어 먹으니 달짝지근한 것이 참 맛있다. 이런 삶이면 행복한 것이지 뭘 크게 바랄 것이 있겠냐 싶다. 이 자리를 통해서만이 받게 되는 하나님의 큰 축복이요, 이 자리가 아니었으면 받지 못했을 큰 은혜인 것이다.
  내 삶의 이야기들을 이렇게나마 단출하게 써내려갈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 이 자리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삶의 페이지에 적어가게 하시는 것이 여간만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대단할 것도 없는 평범한 것들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특별하다.

  얼마나 더 살아가게 될까. 얼마나 더 살아가게 하실까. 인생 50이 되면 무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생각나는 이 때에 스산한 늦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처럼 떨어지게 될 그때가 언제쯤일까.
  그래, 한 해 두 해, 그리고 여러 해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은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인생 가운데에서 찬송과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보다 더 큰 은혜가 없을 듯 보인다. 결국 인생이라는 것이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 각자의 주어진 생을 살아내면서 당신을 알아가게 하시는 것이 그 분의 뜻이지 싶다.
  물고기가 물에 있으면서도 물을 다 알지 못하고, 새가 하늘을 날면서도 하늘에 대해서 다 알지 못하듯 난 하나님으로 인해서 살면서 얼마나 그 분을 알아가고 있을까. 오늘 이 양남의 자리에서 알아갈 하나님으로 인해서 더 깊어지고 넓혀지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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